{Art}Hans Holbein

홀바인의 '무덤속 그리스도의 죽음'.
이런 그림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지금 읽는 책과 그 전에 읽은 책 두 권에 연속적으로 이 그림이 나와서 찾아보았다. '백치'에선 이런 그림을 보는 사람은 신앙심을 잃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십자가에서 갓 내려진 그리스도를 그린 그림이다. 흥미롭고 무서운 그림. 책들을 반납하기 전에 시간이 되면 그림에 관해 언급된 부분들을 메모해놓겠다.






추가----------------------------------------------

검은 태양에 내용이 많이 나왔는데 내 수중에 없고 포제시옹엔 있는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내가 착각했다. 나머지 '백치'에 나오는 그림과 관련된 내용들.


p131
사실 조금 전에... 나에게 그림의 주제를 물어보았을 때 정말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사형수가 단두대 위에 올라서서 목에 작두날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얼굴 표정을 그리는 겁니다.
얼굴을 그리라고요? 얼굴 하나만요?
아젤라이다가 물었다.
괴상한 주제군요. 그래 가지고서 그림다운 그림이 될까요?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얼마 전 바젤에서 그런 그림 한 점을 보았습니다. 무척이나 그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싶군요..., 기회가 있을 떄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 너무나 놀라운 그림이었지요.
공작이 열을 내며 주장했다. 나중에 그 그림에 대해 꼭 얘기해 주세요.
아젤라이다가 말했다.
지금은 우선 사형수를 그리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세요. 머릿속에 상상하고 있는 그대로를 전할 수 있죠? 그 얼굴을 어떻게 그리죠? 얼굴 하나만요? 그게 대체 어떤 얼굴이죠?
그것은 정확히 죽기 1분 전의 모습입니다.
공작은 회상에 젖어 나머지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그 사형수가 층계를 다 올라가 단두대에 발을 내디딘 바로 그 순간, 그는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지요. 그때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모든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하겠습니까?...중략...수많은 저 군중 중에서 아무도 처형 당하는 이 없고, 나만 홀로 처형을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지요. 단두대에는 조그만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그 계단 앞에 이르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 사형수는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마지막 계단을 밟고 있고, 신부가 내민 십자가에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탐욕스럽게 내밀고, 두 눈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그림의 핵심은 십자가와 머리입니다. 신부의 얼굴, 형리, 두 명의 형리보, 아래쪽에 보이는 몇몇 머리와 눈, 이 모든 것은 배경의 액세서리로 안개에 싸이게 그려도 됩니다. 이것이 상상해본 모습입니다...


p448
이들은 공작이 이미 거쳐 왔던 방들을 지나서 갔다. 로고진이 약간 앞에 섰고 공작은 그 뒤를 쫓아 커다란 홀로 들어갔다. 그 곳의 사방 벽면에는 몇 개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대주교들의 초상화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풍경화들이었다. 다음 방으로 통하는 문 위로 아주 이상해 보이는 형식의 그림의 걸려있었다. 가로는 이 아르신 반 (170cm)쯤 되는데 세로가 육 베르쇼크 약 25cm 밖에 안 되는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방금 십자가에서 내려진 구세주를 묘사하고 있었다. 공작은 무슨 생각이라도 나는 듯 그림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걸음을 멈추지 않고 방문을 지나가려고 했다. 그는 마음이 몹시 답답해서 그 집에서 한시 바삐 빠져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로고진이 그림 앞에서 멈췄다.
여기 걸려 있는 그림들은 경매장에서 선친이 1루블내지 2루블에 구입한 거라네., 그림을 좋아하셨지. 어느 미술 감정가가 이 그림들을 모두 다 보고 나서 이것들은 모두 싸구려라고 하더군. 그런데 문 위에 걸려있는 저 그림도 이 루블에 구입한 건데 저것만은 싸구려가 아니라고 했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이걸 삼백 오습루블 주겠다던 사람이 있었고, 상인 출신의 미술품 수집광 이반 드미뜨리 사벨리예프는 사백 루블까지 불렀는데, 지난 주에는 내 동생 세묜에게 오백루블을 제한했지. 그러나 나는 그냥 가지고 있겠다고 했네.
그런데 이 그림은 한스 홀바인의 복제품이네
(주:도스토예프스키는 카람진의 러시아 여행자의 편지를 통해 오래 전부터 이 그림을 알고 있었다. 외국에 갔을 때 그는 홀바인의 이 유화를 보고 싶어했다. 이러한 목적으로 그의 아내와 하루 동안 스위스 바젤에 머물기도 했다)
공작이 그림을 들여다보고 말했다.
나는 대단한 전문가는 아니네만 이건 아주 뛰어난 복제품 같아. 나는 이 그림을 외국에서 보고 통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네는 대체...
미쉬낀, 오래 전부터 자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자네는 신을 믿는가, 아니면 믿지 않는가?
로고진이 몇 발자국 가다 말고 갑자기 물어보았다.
자네의 질문과 눈초리가 무척이나 이상하군!
공작은 무의식중에 한마디를 했다.
나는 이 그림을 감상하는 걸 좋아해.
로고진은 또다시 대답할 생각은 안 하고 중얼거렸다.
이 그림을 좋아한단 말인가?
공작은 로고진의 말에 무슨 인상을 받았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그림을 좋아하다니! 이런 그림을 보다가는 있던 신앙도 사라지겠네!
(로고진)
그렇잖아도 신앙이 없어지고 있어...


p827
그떄 아까 로고진의 집에서 보았던 그림이 불현듯 생각났다. 그것은 그의 집에서 가장 음침한 현관의 문 위에 걸려 있었다. 로고진이 지나가면서 나에게 그 극림을 직접 보여 주었다. 나는 그 앞에서 5분 가량 서 있었던 것 같다. 예술적인 면에서 그 그림은 뛰어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림 속에서 이상하게도 불안감을 느꼈다.
그림 속에는 방금 십자가에서 풀려한 그리스도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화가들이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그릴 떄나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그릴 떄나, 그 얼굴에 비범한 뉘앙스가 담긴 미를 반영한다고 알고 있다. 화가들은 그리스도가 가장 무서운 고통에 처해 있을 때의 모습에서도 그 미를 간직하려고 부심한다. 로고진의 집에 있는 그림 속에는 미에 대한 언어가 전혀 없었다. 거기에는 인간의 시체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을 뿐이었다.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에 받았던 끝없는 고통, 상처 고뇌, 십자가를 지고 가거나 넘어졌을 때 행해졌던 보초의 채찍질과 사람들의 구타,마침내는 여섯시간 동안 계속되었던 십자가의 고통을 다 참아 낸 자의 시체였다. 사실 그것은 방금 십자가에서 내려진 인간의 얼굴이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생기와 온기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또한 신체의 어떤 부분은 아직 굳어 버리지 않아서 죽은 자의 얼굴에는 지금까지도 그가 느끼고 있는 듯한 고통이 엿보였다. 그 얼굴에는 조금도 부족한 데가 없었다. 그것은 가차없는 진실이었고 실제 인간의 시신은 그래야 했다. 그와 같은 고통을 겪고 난 후, 인간이면 누구나 그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 내가 알기로는 초기에 기독교는 그리스도가 받은 고통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였음을 내세웠다. 따라서 그의 육체는 십자가 위에서 완전히 자연의 법칙에 예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그림 속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은 구타를 당해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고 지독한 피멍이 들어 퉁퉁 부어 올라 있었으며 두 눈이 감기지 않는 채 동공은 하늘을 바라보고 커다랗고 혀연 흰자위는 뿌연 유리 같은 광채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고통에 찢긴 이 인간의 시체를 보고 있노라면 매우 특이하고 야릇한 의문이 생겨났다. 만약 그를 신봉하며 추앙했던 모든 제자들과 미래의 사도들, 그리고 그를 따라와 십자가 주변에 서 있었던 여인들이 이 그림 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그의 시체를 보았다면, 그들은 이 시체를 보면서 어떻게 저 순교자가 부활하리라고 믿을 수 있었을까? 만약 죽음이 이토록 처참하고 자연의 법칙이 이토록 막강하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가 딸리파 꾸미 라고 외치면 소녀가 일어났고 라자로야 이리 오너라 하면 죽은 자가 걸어 나왔는데 그런 자마저 이겨내지 못했던 자연의 법칙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이 그림을 보면 자연은 거대하고 무자비한 어느 말못하는 짐승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아니 그보다 훨씬 정확히 표현한다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이 그림 속에서 자연이란 위대하고 귀중하기 짝이 없는 창조물을 닥치는 대로 포획하여 무감각하게 분쇄시켜 마구 삼켜버리는 엄청나게 큰 첨단 기계처럼 보인다. 그 창조물은 자연 전체와 비견되고, 자연의모든 법칙들과도 비견되고 지구 전체와도 비견되는 것인데 말이다. 사실 지구 자체도 오로지 이 창조물의 탄생을 위해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데! 이 그림에는 모든 것을 예속시키는 어둡고 불손한, 무의미하게 영원한 힘의 개념이 표현되어 우리에고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림에는 단 한 사람도 나타나 있지 않지만 죽은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었던 추종자들은 그들의 희망과 믿음이 일시에 분쇄된 그날 저녁 무서운 슬픔과 혼란을 겪었음에 틀림없다. 이들은 아주 지독한 공포 속에서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물론 이들은 각자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사상을 안고 돌아갔으리라. 만약 이 스승이 처형 전야에 자신의 모습을 미리 그려 볼 수 있었다면 선뜻 십자가에 올라가 지금처럼 죽으려고 했을까?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러한 의문이 저절로 떠오르곤 한다.


pooroni @ 05/07/31 06:23 | Permalink | →design - art | Trackbacks | (7)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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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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