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드로잉과 디자인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드로잉과 디자인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James McMullan



드로잉과 디자인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둘 사이의 연관은, 드로잉이 스케치를 통해 우리의 디자인적 결정을 설명한다는 식의 단순한 관계 이상의 것이다. 드로잉은 공간과 형태에 대해 우리가 갖는 경험을 표현하는 물리적 행동이다. 그 기본적인 동기를 들여다보면, 디자인은 일종의 반사작용이다. 우리는 형상을 만들고 간격을 선택하며 깊이 감추어진 우리의 본능에 기초해 모든 위계질서를 결정하는데, 그 모든 것이 드로잉이라는 행위에서 드러난다. 드로잉을 하고 있는 손은 우리의 선택적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가려진 신경체계의 성향에 따라서 미학적 결정사항들에 충실한 기본 구조들을 창출한다.

드로잉이 우리의 반사작용이라는 깊은 우물에 연결된 파이프라인이라면...(중략)… 친구와 잡담 전화를 하면서 끄적거리는 낙서에서도 종종 우리는 무의식적 반사신경을 통제하지 않고 그냥 두었을 때 그것이 만들어내는 것의 예를 볼 수 있다. 그 낙서에는 대개 의미를 알 수 없는 몇 개의 낱말들, 구불구불한 선, 삼각형, 사각형, 또는 우리가 각자 특별한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 등이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주제들과 예술가들에게 반사작용의 창의적인 유용성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정보간의 상호작용인 것이다. ...(중략)… 드로잉을 통해서만 이 신경조직의 퍼스낼리티가 정신의 합리적 산물과 창의적으로 조우할 수 있다.

드로잉를 하는 경험 많은 내 손의 신비로운 움직임은 내 정신 세계를 몸동작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만큼 민감하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형태를 발견하고 두뇌가 명령하는 바에 따라 새로운 탐험을 할만큼 유연하기도 하다. 드로잉 이외에 이성의 세계와 직관의 세계를 서로 융합시킬 다른 방법은 없다. 드로잉이라는 방법이 없었더라면 시각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창안하는 과정은 직선형으로 한단계 한단계씩 밟아나가야 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종종 이러한 경우가 발생한다). 또는 시각적 표현물들이 매우 제한된 형태의 레퍼토리만으로 제한되었을 것이다.

드로잉은 디자인의 문학적 측면과 그래픽적 측면에 밸런스를 가져다준다. 드로잉를 잘 하면, 언어적 사고를 이미지적 사고로 전환시켜주는 연금술적 방법으로서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드로잉의 물리적 행위 자체가 전혀 새로운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대개 우리가 드로잉을 시작해서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은, 절반은 이성이고 절반은 직관이다. 또한 드로잉 자체가 더욱 직관적이고 더욱 연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이 반응은 더 많은 드로잉을 하게 만든다. 손으로 그린 드로잉과 정신 반응 사이의 창의력이 풍부한 상호작용은 드로잉을 잘 하는 예술가일수록 성공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드로잉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이 보았거나 기억하고 있는 형태를 잘 표현해낸다는 것과 직접적으로 통한다. 우리의 손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형태들을 불러내 그것을 주제로 해서 그려낼 수 있을만큼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우리 정신의 이러한 관능성이 우리로 하여금 여러 주제들을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이해하게’ 하는데, 그 때문에 어떤 주제를 아주 작운 부분부분으로 잘게 쪼개면 오히려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드로잉은 우리가 관찰한 것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더욱 발전시켜주며,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기억의 편린들이나 그것들이 연상시키는 것들을 떠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에 있어서 마지막 단계를 미리 보여줄 때 사진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고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흔히 드로잉에 대해서는 아주 기초적인 것만 알아도 충분히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놓치고 있는 것은 드로잉의 능력이 창의적인 디자인의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중략)… 드로잉의 옅고 짧은 선 하나가 이미지 전체를 달리 보이도록 만들며, 과일이 담긴 그릇의 드로잉은 그 그릇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무한하게 보여준다.
드로잉은 우리를 둘러싼 풍경이나 사물을 보는 방법과 그것들을 우리 속에 내면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우리 삶의 물리적인 환경과 우리들 자신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주변 사물과 사람들, 어떤 장소나 사건을 잘 볼 줄만 안다면, 그것들을 상상력의 원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 ...(중략)… 휼륭한 디자이너는 리듬과 연상, 꿈과 색채, 그리고 빛이 어우러진 세계 너머로 우리를 인도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드로잉이다.


1990년 제8권 제3호
(왜 디자이너는 생각하지 못하는가 p277-278 도서출판 정.글, 1997
Looking Closer 1_M.Bierut, W.Drenttel, S.Heller & DK Holland)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조금 있어서 그 부분들은 생략했고, 또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는 시간적 언급을 하였는데 왜 다시 온다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리고 드로잉을 묘사적인 또는 재현의 도구로 여기는 것에 한계가 있는듯 하지만, 드로잉을 반사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잘 설명한점이 마음에 든다. 드로잉을 직관을 이성으로 기획하고 가시화하는 매개로 전제하는데, 직관과 이성이라는것이 두부 베듯 그렇게 딱 분할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pooroni @ 05/08/19 18:28 | Permalink | →design - articles | Trackbacks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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