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별셋디자인공모전
최성민선생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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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 미술관의 <재활용 주식회사> 전시 도록을 위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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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셋 디자인 공모전
공모전 컨셉트:
디자인에서 '혁신'은 과대평가되는 가치입니다. 냄비나 숫가락처럼 역사가 유구한 물건들은 물론, 자전거 같은 수동 기계에서부터 진공 청소기나 세탁기에 이르는 많은 가전 제품들, 또는 신문이나 잡지, 책과 같은 소통 매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을 이루는 대부분의 사물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일정한 원형을 획득했고, 그로부터 크게 이탈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영역에서 매달 일어나는 '디자인 혁신'은, 실제로 전혀 변하지 않는 부분에 비교할 때 하찮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물론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들, 또는 웹사이트나 모바일 인터페이스처럼 비교적 새로운 영역에서는 (즉, 아직 일정한 '게슈탈트'를 획득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보다 실질적인 혁신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혁신은 기술이나 산업의 변화와 너무 밀접하게 얽혀 있기에, 통상적인 의미에서 디자인 혁신으로 국한해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서 혁신이 지고의 가치로 운위되는 것은, 어쩌면 바로 그 혁신을 성장의 윤활유로 삼는 정치경제적 체제의 변화를 포함해, 근본적인 디자인의 조건 또는 인류 생존을 위한 조건에서 정말 필요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역설적 징후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디자인에서 진정한 혁신은 바로 그 주기적 혁신에 대한 조바심을 문제삼는 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여기서 재활용의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노먼 포터(Norman Potter)가 지적한 대로, 우리의 생활 환경을 주기적으로 송두리째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환상입니다. 많은 건물들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옷이나 장신구 역시 간단한 수선과 재조합을 통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 자의건 타의건 간에 --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용도 폐기된 사물이나 재료를 재활용함으로써 유한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환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건 상식에 속합니다.
그런데 재활용의 가치는 물질적 사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리적 자원뿐 아니라 상징적 자원 역시 결코 무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 아이덴티티(CI) 작업을 해 본 사람은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것입니다. 사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로고의 가짓수는, 사람이 셈할 수 있는 단위를 초과할 것 같지 않습니다. CI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 바로 로고를 확정하기 전 그것의 유일성을 확인하는 작업이고, 이를 돕기 위해 전문적인 변호사들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금 과장해 비유하자면, 마치 마지막 한 방울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각국이 쟁탈을 벌이듯, 디자이너들은 상징적 자원의 유한성을 돌파하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새로운' 로고를 디자인합니다. 사람의 능력과 의지는 생각보다 엄청나니, 그들이 종종 그에 성공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다른 로고를 만들어 내는 일이 정말로 밤을 세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미국의 디자이너 데이비드 라인퍼트(David Reinfurt)는, 금세기 초 '닷컴' 기업 열풍이 사그러지는 상황을 보며, 흥미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사라진 기업들의 로고를 공공재로 환원시켜, 신생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기업의 운명과 함께 용도 폐기된 많은 로고들은, 본디 상당한 인간적 에너지와 자원을 투여해 창안된 상징물들입니다. 뒤집어 말해, 새로운 용도에 맞게 그들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향후 상당한 인간적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인퍼트가 지적한 대로, 어차피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른 디자이너의 작업을 '재활용'하지 않습니까. 또한 많은 CI 전문 디자인 회사들이, 한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한 (채택되지 않은) 시안들을 다른 경우에 슬그머니 재활용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버리기는 너무 아깝기 때문입니다.
'별 셋 디자인 공모전'은, 혁신의 가치에 대한 반성과 상징적 자원의 재활용을 촉구하는, 전도된 공모전입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공모전은 과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 해결책을 모집합니다. '별 셋 공모전'은 그 반대입니다. 디자인은 이미 제시되어 있습니다: 응모자들은 그 디자인의 새로운 용도를 제안해야 합니다. 제시된 디자인은 사실상 용도폐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 법적으로 -- 현존하는 상표입니다. 특허청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기에는 너무 잘 정리된 아름다운 상표이고, 또한 여러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디자인입니다. 버리기에는 아까운 디자인이니, 아이디어를 모아 살려 보자는 것이 이 공모전의 취지입니다.
과제 설명:
제시된 디자인은 삼성전자가 1993년 현재의 아이덴티티를 도입하기 전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쓰이지 않는 상표입니다. 이 디자인의 새로운 용도를 제안해 주십시오. 다른 기업이나 단체 상표로의 활용 방안도 좋고, 그 밖에 CI와 거리가 먼 다른 용도도 좋습니다. 단, 주어진 디자인을 존중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약간의 변형은 무방하지만, 그 범위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지 않는 선에 머물러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색상은 자유롭게 구사해도 좋습니다. 출품작의 형식에는 제한이 없지만, 제안의 이해와 소통이 가능해야 합니다.
제출 마감일:
2007년 10월 31일
제출 방법:
출품작은 이메일로 제출합니다: threestars@sulki-min.com
작품의 파일 크기가 1M를 넘는 경우, 우선 이메일로 의사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심사 및 결과 발표:
출품작은 엄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별 셋 디자인 공모전 웹사이트에 발표될 것입니다 (www.sulki-min.com/threestars)
기타 문의 사항:
threestars@sulki-min.com
관심 있는 디자이너와 일반인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Ʈ ּ :
http://pooroni.com/zz/rserver.php?mode=tb&sl=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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