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올 겨울에 읽은 몇 안되는 소설중 하나인데 어느 날 책방에서 너무 귀여운 책이 있어 멈춰 서게 되었다. 표지는 모두 소문자의 산세리프체이고 별 꾸밈없는 건조한 모습이다. 또 본문 시작 전 내지 몇 페이지는 모조리 대문자이다. 그런데 이상한 오렌지색에 푸들의 실루엣이 거꾸로 쓰러져있다. 비웃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디자인의 질서가 굉장히 규칙적이면서 불규칙적인 면이 있는것이 흥미로왔다.

게다가 오렌지라니, 오렌지색 페이퍼백은 펭귄북 시리즈가 생각나면서 왠지 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색이다! (펭귄의 추리소설 시리즈는 연두색이었다고 한다). 어떤 것에 특정한 색이 많이 사용되면 나중에 그 색이 다루던 주제를 다른 컨텍스트에서 봐도 그 색이 연상된다. 매트릭스가 나오기 전까지 적어도 나에게 컴퓨터는 회색과 함께 연상되었고 녹색은 자연의 색이었는데 이제는 녹색이 기계적이고 미래적인 색으로 관념이 바뀌어버렸다. 마침 책을 세일하고 있어서 그냥 사버렸다.

디자이너들은 이미지를 능수능란 다루는 마케팅의 책략을 잘 알고 있지만 감성마케팅의 유혹에 가장 잘 넘어가는 부류인 것 같다. 책장에 보면 그냥 예뻐서 산 책들이 참 많이 있다 ㅠㅠ.

내용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자폐증에 걸린 영국의 크리스토퍼란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크리스토퍼는 이웃집 마당에서 웰링턴이란 푸들이 갈퀴에 찔려 피를 쏟아 죽어있는 장면을 보게 되고 개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여 이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추리과정과 난관 속에서 자폐증이 있는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묘사가 잘 되어있다.. 아마존에 가보니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도 Haddon의 묘사는 굉장히 리얼하다는 평이었다. 해이든이 자폐아들을 보살피는 일을 오래 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는 굉장히 좌뇌적인 사고밖에 못하며 감정이나 은유같은 비논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무질서와 예측불허를 두려워하는데 크리스토퍼의 논리로 책을 읽다보면 크리스토퍼의 세상이 훨씬 명료하고 나의 세상은 아폴로와 디오니소스가 마구 섞인 혼돈처럼 느껴진다. 나와 크리스토퍼의 사고는 사실 그렇게 다르지 않은것 같은데 왜 우리가 외부로 내놓는 표현은 다르게 필터링되는걸까? 누군가 뇌와 심리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고 해도 이부분이 명료해질것 같지 않다.

주인공은 자폐적이지만 수학에서만은 천재다. 사람들은 뷰티풀마인드나 굿윌헌팅같은 천재들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천재의 방식에서 나와 비슷한 단편들을 발견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개인의 특이함과 위대함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사람의 존엄성을 확실시하는 안정제와 같은데 '귀여운' 에 대한 감정과도 닮았다. 그리고 크리스토퍼의 '투명한' 사고방식은 우리가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것 같은데. 동물은 보통 나름의 규칙에 의해 예측 가능하다. 그러니 읽다보면 (마치 동물과같은) 크리스토퍼를 좋아할수밖에 없다. 크리스토퍼의 마인드를 잘 이해시키기 위한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도 곳곳에 숨어있는데 사고를 비주얼화한 것에도 재미있는 점이 많다. 하여튼, 엔딩도 귀엽게 즐겁게 끝나고 책의 물적 스타일과 컨텐츠가 일치하니 하나의 상품으로 잘 귀결된다.

나랑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경험함에 또 극복의 과정에, 소년의 순진함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동이 크다기보다는 재미있다. 그리고 화자가 어린 아이인데다 생각이 단순하기 때문에 영어로 읽어도 읽기가 참 쉽다. 얇고 쓱쓱 잘 넘어가는 책이라서 영어교재로도 좋을것 같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이다.


pooroni @ 05/02/20 02:12 | Permalink | →etc. - books | Trackbacks | (8) Comments

Ʈ ּ :
http://pooroni.com/zz/rserver.php?mode=tb&sl=151

Comments
앗 이책 저도 재밌게 읽었었는데!
제가 예전에 살던 동네가 여기에 잠깐 나와서 반가워했던 기억이. 영국 보더스에서 베스트셀러였다는데, 한방에 술술 읽히지만 오히려 천천히 읽고 싶었던 책이었죠-
lyleenԲ 05/02/21 11:21 ۼ.

런던에도 곳곳에 보더스가 있죠-
전 런던있을 때 보더스가 영국껀 줄 알았었는데.. ㅋㅋ
책 내용 중에 Willesden 이라는 동네가 나오는데 거기 살았었어요 ^-^
(건 그렇고, 제가 런던에 도착한 그 다음 주에 패딩턴 역에 열차 전복사고가 나서 사람 엄청 죽고 다치고,, 그래서 전 그 뒤로 그 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lyleenԲ 05/02/22 15:21 ۼ.

아 맞다 Willesden! 생각나요 ^^ 다시 읽어보면 유심히 볼래요. 책에서 내가 잘 아는 장소나 물건, 직업같은게 나오면 저는 기분이 막 좋아지던데. 보더스, 궁금해서 찾아보니 미시건에 본사가 있는 미국꺼네요. 호주, 영국, 싱가폴에 서점이 있데요~ 이렇게 큰 서점인줄은 몰랐는걸요?
pooroniԲ 05/02/26 04:13 ۼ.

Pretty much nothing seems worth bothering with, but so it goes. I don't care.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 but what can I say? I've pretty much been doing nothing to speak of, but eh.
buy vicodin without a prԲ 07/04/24 14:13 ۼ.

I haven't gotten much done for a while.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recently, but maybe tomorrow. More or less nothing seems worth bothering with. My mind is like a bunch of nothing.
long term side effects oԲ 07/04/25 00:12 ۼ.

I feel like a complete blank.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these days. I haven't been up to anything these days.
levitra side effectsԲ 07/05/02 01:51 ۼ.

buy purinethol [URL= http://namardnuk.isuisse.com/purinethol/buy_purinethol.html.com ]buy purinethol[/URL] <a href= http://namardnuk.isuisse.com/purinethol/buy_purinethol.html.net >buy purinethol</a> http://namardnuk.isuisse.com/purinethol/buy_purinethol.html.org buy purinethol
<a href=http://namordnik.isuisse.com/carisoprodol/watson_carisoprodol.html>watson carisoprodol</a>
<a href=http://namordnik.isuisse.com/soma/canada_mexico_no_pharmacy_soma.html>canada mexico no pharmacy soma</a>

buy purinetholԲ 07/07/10 07:46 ۼ.

̸ ::          йȣ ::  
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