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처음엔 눈目에 대한 감각인줄 알았다. 이 눈目이건 저 눈雪이건, 어떤 감각일까, 꼭 겨울에 읽어야하는 책이 아닐까, 가끔씩 서점에서 마주치면 눈도장만 찍으면서도 차가와 보이는 표지에 따뜻해 보이는 제목이 반가웠다. 겨울이 가기 전에 꼭 읽어야지 생각했다. 겨울밤에 이불을 턱밑까지 올리고 노란 스탠드불 아래에서 읽으면 이 책이 정말 딱일것 같았다.

좋았던 건 잘 모르는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대한 배경. 두 곳이 그렇게 가깝고도 다른 곳인지 몰랐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며 군사/학술의 요충지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가 둘 다 덴마크령이라고 하는데 북유럽 역사나 지역적 특색에 관해 읽어보고 싶다. 초등학교 ABE 문고 중에서 ‘바이킹 호콘’ 이란 책이 있었는데 차갑고 냉혹한 북유럽의 분위기와 새로운 문화를 처음 접한 그 느낌에서부터 내 북유럽에 대한 느낌은 하나도 진전이 없었다. 책에서 못 가본 곳의 이국적인 향취를 기대하고 충족되면 만족감이 들어서 낯선 곳의 이야기는 기대되기도 하고 뻔하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결말은 무라카미 류의 ‘공생충’ 처럼 끝났다. 제목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인데 스밀라가 눈에 대해 말하는 내용은 의외로 별로 없는데 각 장마다 나오는 눈 모양의 아이콘 편집 디자인이 눈!눈! 눈을 강요하는 것 같다. 스밀라 내면의 건조한 독백이 너무 많은 것이 ‘감각’ 이란 타이틀과 잘 안 어울린다. 그린란드/야생, 덴마크/유럽 문명으로 대립된 설정이 단순한것 같아 좀 통속적인것 같았는데 작가의 부인이 케냐인인것과 관련이 있는걸까 혼자 생각해봤다. 스밀라는 타의에 의해 그린란드에서 자라 덴마크로 이주한 잡종형이지만 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내면의 본능과 직감에 의지하면서도 눈을 감각하고 문명과 과학으로 차갑게 사고한다. 눈에 특별한 감각은 서양식 논리와 이기를 꿰뚫어보는 직관으로 이어지는데, 스밀라가 감각적이며 예민하면서 감정이 메마른 것은 야생적이고 동물적인 매력이다. 자의식이 없는 듯 했지만 비싼 가방과 자기가 입는 옷에 대해 자꾸 집착하는 면은 모순된다. 스밀라의 차가운 정체성은, 전제가 너무 많아 끝까지 인위적인 게임 주인공처럼 느껴졌는데 순간 생각나는게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

스밀라는 남자 주인공에게 존대를 하고 남들에겐 반말을 하는데 어색하다. 버터밀크 수프를 버터우유 수프라는 둥 이상한 번역표현, 응고된 회색... 진부한 표현이 많았다. 등장인물들, 숫자와 수다가 너무 많았다. 남자주인공은 정말 인상적이지 않았고.

흥미로운 점이 많은 책인데 쓰다 말았거나 또는 너무 많이 쓴 느낌, 글자는 많은데 글자들이 향하는 방향들이 제각각이다. 책 뒤에 김연수란 소설가가 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놨다. 세계에서 스밀라가 가장 매력적인 여자이고 스밀라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잉, 뻥!

하지만 코펜하겐과 그린랜드엔 가보고 싶어졌다. 거기서 스밀라를 만나면 피해다녀야지. 스밀라가 중간에 머리를 다 태워먹어서 대머리가 된건 책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여주인공의 머리가 홀라당 타버린건 처음 본다. 요즘 내 머리가 많이 빠져서 걱정이었는데 여주인공이 갈등을 하나도 겪지 않은것을 보면 작가가 여주인공을 강아지 묘사하듯 했다. 비현실적인 느낌의 스토리인데 중년이 되가는 여자의 정체성과 관련된 내면의 패턴을 풀어나가는 무거운 소재를 풀어기에 좀 엉성하다. 재미있는 책은 항상 길이가 너무 짧게 느껴지는데, 길었다.


pooroni @ 06/01/18 08:50 | Permalink | →etc. - books | Trackbacks | (18)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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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 책은 저도 있답니다. 구입한지는 좀 되었는데,
아직 못 읽었네요. 겨울이 가기전에 읽어야 겠어요.

^-^
applevirusԲ 06/01/18 17:46 ۼ.

전 막 아퍼서 정신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읽어서 좀 집중을 잘 못한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으실지도 ^^ 더운 날씨에 읽으면 서늘해서 좋을지도??? 근데 땀이 많이 날것같아요... 이 책을 읽고나니까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어요.
pooroniԲ 06/01/18 21:05 ۼ.

리스트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책중에 하나예요^^
이거 번역하신분, 블로그 놀러가서 눈팅 오래했는데.. 그래서 그럴까요?
이 책이 괜히 호감이 가네요^^ 저도 조만간(올 해 안에^^) 읽어보고 싶어요.
마빈Բ 06/01/18 22:45 ۼ.

마빈// 아 정말요? 저두 번역하신분 블로그에 가보고 싶네요. 저두 호감을 많이 가지구 기대를 했던 책이라 더 그랬는지... 재미있게 읽으세요 ^^
lyleen//그쵸 그쵸!!! 공감100% 저도 반가워요 ㅎㅎㅎㅎ. 읽고나니, 사진엔 멋있던데 작가에 대한 호감이 팍 줄었어요.
pooroniԲ 06/01/19 23:26 ۼ.

아직 모르고 계셨나요?
번역하신 분의 블로그는....

힌트는 이번 블로그 어워드 에세이 부분에 있어요. ^-^;;
applevirusԲ 06/01/25 07:01 ۼ.

으아 며칠전에 알아버렸어요, 저두 잘 가는 곳이라 괜히 뻘쭘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막 혼자 얼굴 빨개지고 ㅎㅎㅎ 그치만 이 책보다 번역하신분 글들이 훨씬 재미있는것같아요~
pooroniԲ 06/01/25 07:39 ۼ.

밀크우드 님의 글 참 재미있어요. ^-^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도 많기도 하구요.
applevirusԲ 06/01/25 11:55 ۼ.

넘 좋아요, 항상 책 읽는 기분으로 읽게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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