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사의 회전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

제임스의 글은 밀도 높고 길게 이어지는 심리묘사 때문에 책장이 쉭쉭 넘어가는 종류는 아니지만 나사의 회전은 아주 짧아서 금방 읽을수 있다. 사실 나사의 회전을 읽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콜린 퍼스의 프로필을 보니 '나사의 회전'에 출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고아가 된 남매를 한 젊은 친척이 떠맡게 되는데 (콜린 퍼스-책에서 딱 두 장면밖에 나오지 않는다 ㅠㅠ ) 이 친척은 애들이 귀찮아서 시골집에 하인들과 가정교사를 두고 애들을 방치하기로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새로 오게 된 여자 가정교사이다. 여주인공은 아이들이나 집에 무슨일이 생기건 주인한테 알려서 귀찮게 하면 안되고 알아서 처리하도록 엄명을 받는다. 그녀가 시골집에 머무는 동안 귀신들을 보게된다. 아이들과 주인공, 귀신 사이에 복잡한 복선이 있는 아리송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the Turn of the Screw 라니 제목도 이야기를 아리송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야기의 중반부터 줄거리가 헷갈리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무의식적인 심리묘사는 자세하지만 읽어나갈수록 1인칭 화자인 주인공의 의식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점점 미치는 걸지도 모른다, 그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귀신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것은 진실이고 어떤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것이? 구체적인 정황이나 연유는 읽는 사람 상상의 몫이다. 딱히 무서운 장면이 없지만 불분명한 스토리가 나사가 조여오듯 점진적인 긴장과 불안감을 준다.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긴장을 해소시켜주는게 아니라 증폭시키는 것이어서 책을 읽고 나서도 불안한 기분이 계속된다.

내가 저만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더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불쾌했다, 혐오스러운 불쾌감이라기보다 두려운 불쾌감이었다. 그래서 1/3쯤 읽다가 아이들의 마음에 악한 것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아서 덮어버렸다가, 다시 집어들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정말 복잡하다, 읽고 나면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to be 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주인공 아이가 학교에서 퇴학당한 이유가, 뭔가 악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는데 계속 생각하다가 아이가 학교에서 동성애를 한걸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닌것같다. 하여튼 자기 속에 든 온갖 불안과 악에 대한 관념들을 모조리 투영시켜보게 된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잘 모르는것에 대한 불안감, 터부시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 이런것이 잘 섞이면 공포가 된다.

읽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 하는 생각이 드는 종류의 책이다, 하지만 먼저 읽었던 제임스의 아메리칸 이나 여인의 초상이 더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pooroni @ 06/02/15 03:05 | Permalink | →etc. - books | Trackbacks | (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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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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