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 콜드 블러드




캐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는 오랜만에 손에서 떼지 못해 할 일을 미루며 한 번에 다 읽은 책이다. 예전에 마빈님이 블로그에서 소개해주셨는데, 얼마 전 영화 ‘캐포티’를 보고 읽게 되었다.

나는 항상 캐포티가 늘씬한 장신의 몸매의 남성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작가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티파니에서의 아침’의 남자주인공과 혼동한 덕분) 영화 ‘캐포티’를 보고 그가 단신의 동성애자에, 심하게 멋을 부리는 특이한 목소리의 나르시스트로 비춰짐에 놀랐다.

캔자스에서 발생한 무참한 가족살인사건 신문기사를 읽고 흥미를 느낀 캐포티는 사건현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사건과 사건이 발생한 지역사회, 관련된 인물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심층 리서치를 토대로 캐포티는 6년에 걸쳐 논픽션 소설이라는 ‘인 콜드 블러드 : 냉혈한’을 집필하였다. 캐포티가 사건 리서치를 위해 캔자스로 향할 때 함께 한 사람이 ‘앵무새죽이기’를 쓴 작가인 '하퍼 리' 였다. 캐포티와 하퍼 리는 어린시절부터 이웃이었던 친구사이였다. 내가 정말 놀란 이유는, 오랫동안 나는 하퍼 리가 그레고리 펙(영화 '앵무새 죽이기'에서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 역을 맡았던)과 비슷한 이미지의 남자일 것으로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퍼 리는, 앵앵거리는 목소리의 캐포티 친구이며 여자(충격)라니, 작가들에 대한 상상과 이미지는 제멋대로! 글을 읽으며 글의 느낌을 나름대로 인격체로 형상화시킨 작가 이미지의 심상이, 작가의 실제 외모랑은 잘 들어맞지 않나보다. 내가 가진 스테레오타입들이 실제와는 거리가 멀기때문일수도... (그런데 하퍼 리의 앵무새죽이기는 사실 캐포티가 쓴 것이라는 소문은 아직까지도 떠돈다고 한다)


영화와는 다른 맥락과 시점이지만 영화를 통해 스토리를 모두 알고있었지만 책이 너무나 재미있게 읽혔다 (하지만 영화보다는 책이 훨씬 좋았다). 또한 영화를 본 후엔 굉장히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서술된 듯 착각하기 십상인 ‘인 콜드 블러드’가 사실은 캐포티의 시점으로 우리에게 제시되는 것이란 것을 강력하게 실감하게 된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영화는 캐포티가 주인공으로, 눈에 거슬리도록 바로 앞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반면 책에서는 화자가 누구인지 사라져 마치 내가 사건현장과 인물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 착각해버린다.

영화에 나타나는 캐포티의 이미지는, 그의 문장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며, 이 책은 이런 이중적이고 상반된 동전의 양면 같은 것들의 단일한 세계로 공존한다. ‘냉혈한’ 이란 제목이나 ‘진실한 사건의 기록’과 같은 부제는 곧이곧대로의 의미와 자기부정적인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우린 캐포티가 제시해주는 거대한 시야로 사건을 보게 되면서 일관된 감정이나 판단의 흐름을 유지할 수가 없다.

캐포티나 이 팩션?의 주인공인 살인자 페리 스미스나 모두 복잡다단하고 흥미로와 몰입하면 빠져나오기 힘든 인물들이다. 재미있고 파워풀한 소설이다. 캐포티는 정말 글을 잘 쓴다, 오랫만에 문학가들이 대단하고 멋지다는 감상에 빠져있는 중이다. 캐포티가 쓴 '티파니에서의 아침을'도 읽은지 오래되었지만 기억에 남는 맘에 드는 소설이었다. 캐포티가 '인 콜드 블러드' 이후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으면 좋았을텐데... 인간이 일생동안 꾸준히 많은 수의 역작을 남기는것은 쉬운일이 아닌가보다.


pooroni @ 06/11/30 18:30 | Permalink | →etc. - books | Trackbacks | (7) Comments

Ʈ ּ :
http://pooroni.com/zz/rserver.php?mode=tb&sl=497

Comments
요새 스타벅스에서 크리스마스 한정 원두를 판매하고 있더군요. 꼭 한 번 가보시기를. 스타벅스가 온통 빨간색이더라구요.
VeresԲ 06/12/01 15:13 ۼ.

앗>_< 제 닉넴이 본문에 카메오로 출연했네요^^;; 한동안 이 책 잊고 있었는데..
영화도 본다본다하고 결국 못봤지요. 주말에 영화나 어둠의 경로로 구해서 감상할까해요. (ㅎㅎ) 좋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마빈Բ 06/12/01 23:43 ۼ.

Veres// 아 그렇구나!!! 그러고보니까 스타벅스 안가본지도 꽤 오래된것 같아요, 작년 크리스마스 원두 이쁘고 맛있었는데... 꼭 가볼께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빈// ㅎㅎ 와,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영화 두번이나 봤답니다 ^^ 좋은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너무너무 추워졌어요,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월요일 맞이하세요.
pooroniԲ 06/12/03 21:51 ۼ.

작가의 성까지 착각할 정도이면 성공한 것 아닐까
또다른 자아를 설정하는데 작가의 이름 또한 걸림돌이라 생각해
특히 한국말 이름,,
mjԲ 06/12/04 21:24 ۼ.

글쎄, 성공인가? ㅎㅎ 저 책은 정말 재미있었어 영화두 두번이나 봤당!!!
pooroniԲ 06/12/04 22:35 ۼ.

책 재미있나요?
예전에 잠시 끌리긴 했었는데,
책의 제목과 영화속의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매우 차가운 이질감이 펼쳐질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선뜻 집어들기 쉽지 않은 책이지 않을까 했었는데...^^;;

다시 또 관심이 가네요.
applevirusԲ 06/12/08 13:03 ۼ.

예 전 무척 재미있더라구요... 읽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기억에서 가물가물
합니다... 차갑다기보단 차갑고 뜨겁다고 해야할까나, 책엔 캐포티가 없으니
느낌이 영화완 굉장히 다릅니다. 비교하시며 읽으셔도 재미있을듯 ^^
pooroniԲ 06/12/16 02:28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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