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단순함의 법칙
단순함의 법칙
the Laws of Simplicity
John Maeda, 윤송이 역
2007 럭스미디어, 160p
MIT 미디어랩의 마에다 교수는 ‘단순함의 법칙’이란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본래 단순함에 관한 16개의 법칙을 정리하면 블로그를 폐쇄하겠다고 했는데 10가지의 법칙만을 가지고 책을 출판하였다(왜 애초에 16가지였는지 궁금하다). 내용은 lawsofsimplicity.com 에서도 볼 수 있다.
마에다의 글쓰기
마에다의 글 쓰는 스타일이 설득력 있고 재미있고 읽기 쉬웠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해 항상 글을 읽기 쉽고 재미있게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래서 이 책에서 더 큰 인상을 받은 것 같다. 읽으며 느낀 것 하나는 설득의 힘이 일상적이고 쉬운 예제들에서 솟는다는 것이고, 또 하난 진솔한 자기 경험에 자신감과 청결함, 단순함, 본질을 꿰뚫는 유머감각이 합쳐진 것이 마에다 글의 스타일이라는 것. 읽으면서 몇 부분에선 혼자 막 웃기도 했고, 이렇게 저명한 교수가 귀엽게 글을 쓰네~ 라는 생각에 우리나라 글쓰기가 이에 비해 정말 권위적이구나 라고 느끼기도 했다.
디자인스터디가 학술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기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다. 아마존에 가보니 '단순함의 법칙'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내용이 빈약하고 학술적 기반이 부재하다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비슷한 내용의 도널드 노먼의 연구들을 비교하며 부족함을 지적하던데, 나의 생각엔 노먼은 이론가이고 마에다는 작가라서 나에겐 마에다의 책이 작가 스테이트먼트처럼 읽힌다. 단순함의 법칙이라기보다는 ‘마에다의 디자인 철학’ 에 가깝다고 느꼈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듯하다.
목적하는 바가 있을 때 내 주위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뭔가를 만들고 그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려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뭔가 또 만들어내고 하는 구불구불한 여정은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흥미롭다. 마에다가 단순함이라는 주제로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고 작품을 만들고 책을 만들고 하는 과정 자체를 관찰해보는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제목의 (단순함) 대신 더욱 적절한 단어가 분명히 있을 것 같고 한국어로 '~의 법칙' 이란 어감은 더욱 완곡하게 들리는것 같아서 제목이 맘에 안든다!
단순함의 법칙
많은 디자이너들이 근원적 조형원리인 단순함과 복잡성의 관계에 흥미를 가지지만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효율적인 조직화와 단순화에 더욱 익숙하다. 보통 복잡성은 비효율적이고 감성적이며 제어가 힘든 예술적인 성질로 여겨지고 단순성은 효율적이고 이성적이며 순수한 디자인에서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주 나뉜다. 하지만 사실 디자이너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삶을 단순하게 해주는 조직화, 단순화를 어려워하기도 한다.
마에다의 단순성의 개념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은 복잡함과 단순함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닌, 아닌 공생하여 하나로 존재하는 리듬이란 것이다. 마에다가 처음 단순함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을 땐 단순성에 우위를 두고 복잡성으로부터 차별화하여 장점을 논하려는 관점에서 출발한 듯하다. 하지만 연구가 무르익으며 단순성이란 복잡성과 함께 작용하며 그 합이 맥락과 이해를 통해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에 도달하는 것이 법칙임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다. 결국 단순화는 것은 계량적 차원이라기 보단 편안함과 즐겁고 쉬운 느낌에 대한 감성이란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이 단순함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기 보단 선문답처럼 끝나버렸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단순함과 복잡함 그리고 세계에 대한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단순함이란 일상적인 단어이지만 굉장히 함축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단순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 밖에 재미있었던 것
- 교수법에 대한 생각.
-메타포 (디자인에서 메타포의 사용은 친밀성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메타포의 효과는 놀라움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재미있었다.)
-디자인 책에선 디자인심리의 예제로 영화를 많이 이용한다. 내러티브와 드라마의(효과)를 사용한 수사방법과의 유사성.
-음식, 식기와 디자인도 디자인에서 재미있는 주제.
-세리프체와 도트체가 섞인 표지의 타이틀에서 세리프체만 읽으면 MIT로 읽힌다. 단순함의 법칙 중 압축하고 숨기는 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로고디자인에 많이 사용하는 법, 거기에다 놀라게 하라는 요소도 숨어있다.
-디자인은 일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주위와 인간의 활동을 눈여겨보자.
-관계성의 관찰을 통해 좋은 예제와 많은 메타포를 항상 생각하자!
-블로그를 잘 활용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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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 놓일 것은 그늘에서 자란 나무로, 양지에서 사용할 것은 햇볕을 많이 받고 자란 나무로 만들어야 한다... (p11 윤송이 서문)
이 책에서는 복잡함과 단순함을 서로 경쟁하면서 중요하게 연관되어 있는 두 가지 특질로 기술한다. 또, 이 세상에서 복잡함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면 가장 빨리 단순한 세상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꼭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음도 깨달았다. (p21)
처음 단순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이 세상이 복잡성 때문에 파괴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모든 복잡성을 없애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연사로 참석한 회의에서 만난 73세의 한 예술가는 나를 한쪽으로 끌어내더니 '세상은 언제나 몰락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긴장 풀어요.'라고 충고해주었다. (p23)
'하지만 모든 사람이 추상적인 예술과 인상파를 좋아하지 않듯이, 각자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분류 체계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이것이 아직도 아이팟이 아닌 다른 MP3 플레이어가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p52)
'특정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분명한 필요가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 (p71)
'영감은 궁극적인 학습 촉매제다. 내적 동기는 외적 동기를 능가하는 법이다.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믿거나 그보다 강력한 신과 같은 존재를 믿는다면 자기 자신을 믿고, 방향을 잡아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p75)
'... 디자인은 직관적으로 관계를 추정하고 구성요소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구체적 의미를 갖는 상품이나 서비스로 이해할 수 잇도록 만든다.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놀라움을 줄 수 있는 기능 등이 숨어 있다면...' (p77)
'메타포, 즉 은유는 '관련-해석' 단계에서 핵심적인 개념이지만 '놀라움'이라는 마지막 단계는 먼저 은유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각 나라의 문화는 이 '관련-해석-놀라움'이란 절차가 제품에 구현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p79)
'메타포는 많은 양의 지식을 본래의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길 때 특별한 추가적 노력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메타포는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움이 주는 즐거움을 동반했을 때만 효력을 발휘한다. ... 메타포는 그 비유가 적절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기쁨을 안겨 줄 때만 복잡한 디자인을 쉽게 익히기 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이다.' (p80)
'하나의 경험 속에 단순함과 복잡함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일은 어려운 법이다. 서로의 가치가 상쇄되어 버리지 않고 배가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나도 그 원리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예술과도 같다... (p86) 변화가 주는 리듬이 있을 때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p92)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방 분위기가 음식 맛에 영향을 주지' p101시스템이 사용자에 대해 많이 알수록, 사용자는 생각할 일이 줄어든다. 거꾸로 사용자가 시스템에 대해 많이 알수록, 더욱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p131)
훌륭한 예술가나 창의적인 사람은 실패에 부딪혔을 때 그 불행한 사건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함을 추구하다 실패한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는 복잡함의 아름다운 형태를 추구해서 성공한 경험이 된다.... 단순한지 복잡한지는 준거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단순함과 복잡함은 시각에 따라서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단순함과 복잡함은 서로 공생의 관계를 갖는다는 특징이 있다. (p136)
pooroni @ 07/01/23 0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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