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백년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학교 도서관의 녹색으로 도배된 얼굴없는 책을 봐서 확실히 기억이 안나지만 민음사판이 아니었을 것이다.

백년동안의 고독이 유명한만큼 재미있었다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재미있다기보단 어렵게 읽었다. 마르케스의 책은 고등학교때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은적이 있는데 그땐 너무 어렸었는지 뭐 이런책이 다 있어, 이 사람 책 다시는 안읽어야지 라는 느낌으로 나와 소통이 전혀 안됬었다. 스물 여섯이 되어 읽은 마르케스는 고등학교때와 감상이 다르다. 또 아름답고 치밀하게 쓰여진 이야기라는걸 알아볼 만큼 어리숙하나마 심미안도 생기긴 했다.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몇 세대를 거듭하며 수없이 생겨나는 등장 인물들이 계속 같은 이름을 쓰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자꾸 헷갈리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마르케스가 환상적 리얼리스트라고 불리는만큼 이야기엔 판타스틱하고 허무맹랑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난 환상적인걸 끔찍히 좋아하지만 닥터 둘리틀의 환상과 마르케스의 환상은 근원이 달라서 마르케스는 아직 마음이 어린 나를 침울하게 한다. 외관이 같아도 닥터 둘리틀이 모험의 로맨스에 관한거라면 마르케스는 모험도, 로맨스도, 환상도 고독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시간의 흐름을 더 담담하게 만들기 위한 요소이기만 하다. 그래서 읽으면서 마음이 힘들다. 계속 반복되는 등장인물들의 같은 이름도 시간의 흐름과 반복, 순환을 확실히 인지하면서도 무감각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일조한다. 읽으면서 내가 몇 백년을 살아나가는것 같아서 마음이 피로해지는데다 이야기 안에 메타포가 너무나 많은것 같은데 문화적/역사적 배경지식이 모자른 나는 마음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매력적이고 견고하게 잘 쓰여진 작품이고 효과적이지만 읽으며 이야기에 압도돼 항복하는 지친 마음이 되어버렸다.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측은한데, 모든게 아스러져가는 마지막 순간, 주인공이 모든 기록을 또는 예언을, 읽고 있는것처럼 나도 책을 들고 읽고 있고 책에서 이야긱 끝나 흐름이 순환됨과 동시에 나도 책을 덮으면서 또 측은한 내 시간속으로 돌아오는 원점이 되버리는 것이다.

확실히 비슷한 문화권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기후와도 연관이 있는것 같다. 추운 지방 사람들은 내면으로 자꾸자꾸 파고들어가고 더운 지방 사람들은 좀 더 통시적이고 관조적인가? 더운지방도 습도가 낮은 중동지방과 축축한 라틴아메리카는 비슷하면서 또다른 느낌이다. 접해본 몇몇 남미 작가들, 보르헤스, 아옌데, 마르케스, 푸익 등이 모두 환상/마술적인 이야기를 선보이기 때문에 마술적인 것과 축축함이 마음속에서 연관이 되어버렸다. 보르헤스는 머리로 읽는다면 마르케스는 감성으로 읽어야 할것 같고 아옌데의 영혼의 집과 백년동안의 고독은 많은 부분 비슷하다. 영혼의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읽은게 딱 그럴 시기에 읽었기 때문에 그랬던것 같다.


pooroni @ 04/12/29 03:19 | Permalink | →etc. - books | Trackbacks | (7)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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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저 판본은 누가 번역한 건가요? 저한테는 92년에 나온 이기형씨가 번역한 하서출판에서 나온 책이 하나 있는데 읽은것도 그때쯤이라 대략적인 레이아웃만 기억나는데 모든 사건들이 결국은 비극으로만 끝나던 것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이때 한참 포스트모던 붐이 있었던때라 같이 읽었던 토마스핀천이나 커트보네것도 생각이 나네요..
zuncԲ 04/12/30 01:11 ۼ.

제가 본건 문학사상 안정효역인것 같구요 민음사껀 조구호 옮김이라 되있네요. 토머스핀천이랑 커트보네는 어떤 책들이에요? 좋은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pooroniԲ 04/12/30 02:42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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