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210031



아빠 오셨다 요르단으로 가셨다.
스케치북 또 잃어버렸다.
며칠동안 우울했다.
기억을 잊고 싶다고 억지로 지운다고 없어질줄 알어.
어른들 얼굴이 쓸쓸하고 애들 얼굴이 해맑은건, 어른한테는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경험이 첫 경험일땐 신나고 기대되는 것이지만 경험이 반복적이 되면 학습을 통해 결과를 먼저 예측하게 된다. 봄이 오면 마냥 좋은것과 봄이 오면 봄이 가겠지... 생각하는것의 차이. 그러니까 나한텐 이칠년만큼의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그걸 없는척 하려니까 아픈 몽롱한 상태에선 피터팬 그림자처럼 삐져나온다. 자 이것들을 어떻게 다시 서랍속에 넣을까. 다들 자기만의 방법이 있겠지. 이럴때 자야한다. 근데 할일이 많을때 이러니 곤란하다. 억압하는 자아와 여러가지 얼터이고들. 다양성 diversity 의 모습은 아름답다고들 한다. 다양성 좋다, 그치만 사람의 마음은 게을러서 흑백이 아닌건 참아내지 못한단 말이야.

며칠 또 아팠다. 엄마가 주는 약 꾸역꾸역 먹고 아프단 핑계로 계속 잤다. 그리고 일은 또 산같이 밀렸다. 몽롱하게, 열에 들떠서, 꿈을 자꾸 꾸었다. 꿈은 꾸는데, 꿈속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한번 꿈이 한달치일때도 있고 몇 분짜리일때도 있으니...열에 들뜬 광기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생각나게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전갈자리이니 라스콜리니코프도 전갈의 성향을 가졌다. 난 전갈과 정 반대의 황소이니 전갈과 정 반대로 단순해서 전갈에게 끌린다. 그래서 못잊는 그사람은 전갈. 너는 이름처럼 이상해, 너는 이름처럼 이상하지 않아, 라는 말을 나에게 해주었다, 그 말 해주기 전에 내 이름이 이상하단 생각을 안해봤다. 이상한 일을 저지르는 라스콜리니코프같은 인물이 되어보고 싶지만 재미없는 황소자리는 소냐가 될 운명이다. 예상치 못했던 많은 드라마틱한 장면들은 내 운명이 아니라 다른이들 운명의 관람자 역할이었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나에겐 사고뭉치 양자리 운도 많이 섞여있다. 모를일.

꿈에 나는 프로비던스로 가게 되었다. 단푼 100달러정도를 가지고 여름 몇 주간 졸업한 학교에 묵게 되었는데 가서 생각해보니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후회했다. 중학교 이학년 초에 스위스로 떠나버렸던 내 친구랑 함께 같은 방에 묵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두 명과 더 같은 방을 쓰게 되었고 어쩌다가 나는 머릿속으로 다이어그램을 막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 책장이 나왔는데 미국에 두고온 내 책들이 모두 담겨있었다. 거기에 엄마가 버린 어릴때 보던 책들도 있었다... 그리워 했던 내 책들, 책들이 기억과 과거의 쪼가리의 메타포로 나왔던것 같다. 나는 미친듯 내가 집으로 데려갈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책을 보면서 잊으려 했던걸 몇개 다시 기억했다. 그런데 고르고 골랐지만 수트케이스 두 개인 내 가방에 들어가지 않을것 같았다.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백불밖에 없어서 오버차지가 되면 돈이 모자를것 같았다. 그런데 이XX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과 나는 부엌에서 함께 요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리 끝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뭔가 자꾸 기다렸다. 전쟁 공습 상황처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자꾸 들어오셔서 약먹으라고 그러셨고 난 잠깐만... 이라 중얼거리면서 꿈의 결말을 기다렸는데 결국 꿈을 끝내지 못하고 그냥 깨버렸다.

아플적의 생각은 병적인, 그대로 온전한 완전한, 항상 그냥 그 당시의 생각. 항상 쓸데없이 길다. 결론은 요르단에 가고싶다는것. 많은 사람들이 많이 보고싶다


pooroni @ 05/03/21 00:34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17) Comments

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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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위에 이미지 보고 fell on black days 사운드가든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요즘 제꿈에는 생전 첨보는 여자들만 나옵니다 그래서 잠시 설레다가 깨고말죠^^
zuncԲ 05/03/21 07:27 ۼ.

사운드가든을 좋아했는데 인제 블랙홀선밖에 생각나는 노래가 없어요 ㅠㅠ 진짜 치매인가봐요. 전 꿈에 이상한 큰 동물이랑 요리하기 책 학교 그런것만 나오는데 제 꿈에도 첨보는 남자들이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꿈이 더 잼있을텐데...
pooroniԲ 05/03/21 23:17 ۼ.

아. 그래서 애들 얼굴이 그렇게 천사같은거로군요.
슬퍼요 글이.
소라Բ 05/03/23 13:33 ۼ.

애들 얼굴이 해맑은건 자외선과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서인지도;;; 머 사람이 가끔씩 아프고 일도 꼬이고 밤중에 혼자 센치해지구 그럴때가 있죠 ^^
pooroniԲ 05/03/23 21:52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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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seems worth doing. More or less nothing noteworthy going on today. I just don't have anything to say these days. Eh.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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