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040302



시각 동문들이 학교에 모이셨다. 원로선생님부터 대학원생까지. 우리도 어디가면 나이많다고 구박받는 처지이지만 선배님들을 뵈니 우리가 참 꼬맹이같았다. 올 여름 개장한 전시홀에다 다과와 부페도 차려놓고 선생님들 말씀하시고. 동문들 돌아가며 자기소개하고 인사하고... 졸업생들 졸전작품 슬라이드쇼도 보고... 하는 행사였다. 행사가 있으면 원생들이 세팅도 다 하고 나무도 옮기고 화분도 닦고 서빙하고 코트걸고 청소하고 유인물 부착하고 해야하니까 우리는 손님맞는 주부처럼 약간씩 귀찮은 마음은 조금씩 든다.

비밀 결사나 클럽같은 느낌의 단체. 사람이 세포같은 단체는 하나의 개체로 자기유지를 위한 본능이 적나라하다. 개개인이 지혜로와도 단체로 모이면 우매해진다고 하지만 사람은 어딘가에 속할수밖에 없다. 속하기 때문에 모두 다 함께 술을 마시고 얼굴을 트고. 하는것은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술문화는 다른나라와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소속을 중요시 하는만큼 더 타인에게 배타적이고 그래서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그래서 움직이지 못하게 모여들 앉아서 인위적으로 술을 마신다. 이러나저러나 술자리는 보통 즐겁다라고 결국 생각한다.

약간 이상한 기분으로 집에 와서 메일을 열어보니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미콘씨의 메일이 있어서 마음이 좋았다. 사실 무지 기뻤다. 당장 뉴욕행 비행기표 끊고 싶다. 미콘씨 사무실 구경하러~~~ 이매지너리 포시스에서 가을에 학교 학술대회랑 워크샵때문에 오셨던 미콘씨는 너무 재미있고 마음도 순수하셨다. 작품들도 멋지고, 일벌레이지만 운동은 안하고 비디오게임만 너무 많이 해서 배도나왔고 축구도 되게 좋아하시고, 똑똑하고 멋진 분이었다.


<멋쟁이 Mikon van Gastel 씨>


1월호 잡지에 처음으로 내가 쓴 글이 내 이름이랑 두개가 실렸다. 이런 일이 난생 처음이라 자랑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혹시 만약 혹여 선생님이 보시면 공부안하고 엄한짓한다 혼날것같아 무서워졌다. 그냥 숨죽이기. 선생님은 당분간 우리의 알파-오메가.


pooroni @ 05/01/04 03:43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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