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130403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과 심상들이 있다. 이것들은 물리적이지 않고 뒤섞여 내가 고작 상상할수 있는 서류철같은 차원과는 먼 개념이다. 이렇게 있지만 구체화되지 않은 것들은 추상적인데 포토샵에서 추상적인 프로세스를 레이어나 Opacity 같은것으로 구체화시킨 인터페이스처럼 내 머릿속도 레이어와 Opacity에 빗대에 생각해볼수 있을것같다. 화가가 하얀 캔버스를 보면 공백을 채워야한다는 강박이 생기는것처럼 뭔가를 쓸때도 마찬가지이다. 일기를 쓸땐 내 머릿속의 맨 윗 레이어, Opacity 100%의 생각을 빨리 써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런데 모든 생각중 가장 가벼워서 수면 가장 높은곳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은 지금 당장의 상황과 관련된 짜증, 걱정, 하소연같은 것이다.
사실은 일기를 쓰면서 감기가 빨리 안낫는것과 일이 많고 밀린것, 스트레스에 대한 짜증에 대해서 써버렸다 다시 쓴다. 나는 사람들한테 항상 막내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나는 첫째다. 첫째라고 하면 사람들은 다 놀란다. 내 성격이 하도 유치하고 앙탈도 많아서 그런것같다. 수면위에 떠다니는 잡다한 부유물같은것만 보고 그대로 끄집어내서 보이고 말하하기 때문이다. 올해 한살도 더 먹었는데, 성숙한 사람은 보이는 레이어만 보는게 아니고 전체 그림을 볼줄 아는 신중한 사람일것이다. 수풀과 숲을 함께 보고, 좋은 말은 많이, 나쁜 말은 적게 하자.
제작년부터 일기를 매일 쓰다가 몇달전에, 일기를 쓰면 하루 일중 나쁜일을 곱씹어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긴다는 글을 읽고 일기쓰길 멈췄다. 그말이 맞는것 같기도 했다. 일기가 짜증의 트라우마가 되지만 않는다면 별로 그럴것같진 않다. 그리고 정신적인 외상도 필요할때가 있는 법이다. 하여튼 오늘은 일기에 선생님이 '다섯수레의 책' 이란 책을 읽으시고 우리에게 내리신 고난에 대해, 내 낫지않는 감기에 대해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보단 감기가 빨리 나아서 고난을 재미있게 극복할 방법이나 강구해 보아야겠다. 사실 몸만 건강하면 뭔들 재미있지 않을까. 올 겨울은 건강겨울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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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ooroni.com/zz/rserver.php?mode=tb&sl=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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