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210318

어제는 아빠가 가셨고 공항 다녀온 후 모두 기분이 착 가라앉는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과천을 경유해 왔다. 우리 뒤에 앉은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왔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이셨는데 나는 해피투게더에 나오는 중국집 소년처럼 무슨말을 하나 자는척하면서 열심히 듣고있었다. 바싹 말라버린 밀감 포장에서부터 당밀 가격까지 많은 이야기를 쉴새없이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당췌 알아들을수 없었다. 모두들 자신만의 전문용어를 쓰는지라 외부사람은 같은 한국말이라도 이해하기가 힘든일이다. 며칠전엔 스터디그룹 도서목록인 월경하는 지식의 모험자들을 읽고 있었다. 미술분야를 빠져나와 다른 학문분야에 대해 읽기 시작하자 눈이 한 문장당 5분씩 머물면서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무슨 말인지... 관심사가 좁아지면서 커뮤니케이션의 범위또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 전체적으로 보았을때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점점 퇴화된다는 느낌도 든다. 홍석이와 태호오빠는 그동안 중앙도서관에 가서 계속 공부하였다는데, 몇주새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어있었다.
어제 오늘은 갑자기 치통에 시달려서 진이 다 빠져버렸다.
학교에 가니 아직도 입시일정이 끝나지 않아 정시면접을 보고있었다. 긴장하고 대기하고있는 수험생을 보니 나도 몸이 뻣뻣해지는것 같았다. 모두 일찍 퇴근하길래 나도 덩달아 빨리 나와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교보에 공부용 공책을 사러 들렀다. 항상 노트와 종이에 과도한 집착을 한다.공책을 고를때 너무나 우유부단하다. 지하에서 올라와 외서 옆을 지나다가 너무나 예쁜 책을 보았다. 첫눈에 반했다 내용도 잘 모르겠지만 본문 텍스트가 너무나 깔끔하고 x-height가 작은 서체로 조판되어있었다. 커버에는 모두 같은 그로테스크 계열 서체의 소문자만 사용하였다. 계산하러가니 세일중이라 좋았다. 맘에 드는걸 소유하고 싶어지는 습관, 나쁘다. 집착의 대상이 항상 바뀐다.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의 기준들이 어디서 왔으며 얼마나 피상적인지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내일아침에 논문 10편 요약을 들고가야 하는데 아직 하나도 안했다. 잠깐 자고 일어나서 밤새 하려고 했는데 일어나니 세시가 넘었다. 얼른 몇개라도 하도록 하고, 내일은 벼락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어짜피 논문과 공부는 나의 것이므로 조급하고 떠밀린다는 생각을 버리고 매사를 즐겁게 생각하는걸 잊지 말자. 나중의 고민보다는 첫 상상의 단계의 즐거움을 잃어버리지 않는게 중요하다. 내 의지가 아닌 떠밀려서 처리하는 일들은 완성해도 나에게 의미가 없어진다, 시간허비가 되는것이다.
아빠가 그립다.죄송하다. 중요한 한사람이 빠지면 남은 사람들은 쓸쓸해진다. 텅 빈 마음의 구석을 생산적으로 사용해야한다. 참 오늘은 엄마가 머리를 잘라주셨다. 밑부분도 앞머리도 일자로 잘라버렸다. 머리가 너무 길었는데 이제 어깨길이가 됬다. 형태가 좀 우스워보이기도 하지만 내 어릴때 머리형과 똑같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머리형이다.


pooroni @ 05/01/21 03:27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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