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311925

저녁 일곱시쯤 됬구나.
아무도 없는 연구센터에 혼자 앉아있다.
아까 창문밖이 어스름히 보일때만 해도 눈이 이불솜처럼 쏟아지고 있었는데 이제 깜깜해져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저번학기까지 내가 TA를 했던 영국선생님이 잠깐 한국에 오셨는데 오늘 생신이라고 한다. 8시쯤 낙성대에서 모이자고 하셔서 시간이 가길 기다리고 있다.

학교에 나오는길에 전화를 받아 우회해 강남역에 선물을 사러 내렸다. 교보까지 종종 걸어가는데 길 복판에 촬영을 하고있었다. 지나치다 보니 2년전쯤 한부서에서 일했던 윤기자님이 리포팅을 찍고계셔서 반가워서 인사를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다음에 와, 내가 밥살께, 라고 말하는게 참 공허하게 들렸는데 추운날씨에 그런말을 들으니 맘이 뜨듯했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나한테 밥사실 분들이 줄을 섰는데 막상 밥 얻어먹는 일은 훨씬 적다.

선물 사면서 mmmg 마트리오슈카 카드를 함께 샀는데 이 카드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 상품인것같다. 항상 볼때마다 마음에 든다.

주말에 광주에서 열린 한국디자인학회 동계 워크샵에 다녀왔다. 도우미로 간것이었는데 함께간 원생중에 나랑 홍석이도 워크샵에 참석하게되었다. 딱갈이 + 워크샵까지 함께 하려니 좀 힘든면도 있었지만 예상한것보다 많은걸 느끼고 배운 계기가 되서 돌아오는 길엔 뿌듯했다. 세벽 서너시까지 토의하고 피티를 준비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나이드셔서 그렇게 열정이 넘치시는걸 보고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여러 다양한 학교의 선생님들이 직접 공부하시고, 토론하시는 과정에 참여하고 보니 저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셨는지 실감하며 나도 마음을 다졌다. 우리조 토의주제는 대학의 집중화와 평준화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지방에 연고도 없고 많이 가본적도 없어서 지역불균형의 악순환이 이렇게 심각한지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공부하면서 걱정하고 연구해야할 과제는 추상적인 것들에서부터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너무나 많은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이 감상적으로 느끼고, 이런것이 감상으로만 남아 생활속에서 잊혀진다는게 문제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것을 습득하는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재교육이 중요한것이구나. 나이가 든 사람들이 젊은사람들을 가르치는데 그것은 현 시대보다 한발짝 과거의 것들이고 과거의 것을 습득한 사람들이 또 미래의 사람들에게 과거를 가르친다. 여러사람과 머리를 맞대고보면 더 많은것들이 생겨난다. 워크샵가서, 선생님들이 그냥 놀다오시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릴땐 자기가 노력하지 않아도 자극들이 나에게로 오지만 나이가 들면 무뎌지니 자신이 자극을 찾아가야한다.

광주에서 이틀간 식사를 하며 그새 남도의 김치맛에 혀가 길들여졌는지, 집에와서 밥을 먹으니 밥맛이 옛날같지가 않다.

토요일엔, 김민수교수가 승소해서 복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했다.
오늘신문엔 유홍준 문화재청장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그 시대의 위인이란 자기 시대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그 의지가 무엇인지를 그 시대에 전달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가 행하는 것은 그의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실현한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떤것인지 자주 마음이 바뀐다.

공부를 해야할텐데, 집에 들어가면 늦겠다.
춥다.


pooroni @ 05/01/31 19:25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4) Comments

Ʈ ּ :
http://pooroni.com/zz/rserver.php?mode=tb&sl=132

Comments
주제에 벗어난 얘기지만, portfolio.. 멋지네요.
아크몬드Բ 05/01/31 21:30 ۼ.

보시는분이 없는줄알고 만들다 만 포트폴리온데 빨리 완성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pooroniԲ 05/02/01 14:38 ۼ.

그러게 중앙청을 부시지 말았어야 하는데.... 험 아무리 생각해봐도 넘 아까운 건물.
YuniԲ 05/02/01 15:34 ۼ.

부수고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pooroniԲ 05/02/04 01:58 ۼ.

̸ ::          й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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