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190222



나는 이번에 3학기로 넘어가고 그래픽 전공의 3학기생은 나를 포함해 3명이다. 우리 모두다 선생님과 논문과 학교에 대한 파라노이아에 사로잡혀 지내면서 점점 정신이 이상해지는걸, 서로 눈치채고있다. 그저께는 이번에 졸업하는 선배가 와서 '언니 어떡해요 저 4년동안 학교다니면 어떡해요' 그랬다. 언니는 '나도 이년 반 다녔지만 빨리 논문쓰고 나가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꺼야' 라고만 충고했다. 하여튼 우리는 들어올땐 다 멋진 사람들이었는데 지난 일년간 외모도 정신도 점점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눈의 총기도 점점 사라져간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의 슬픔을 다른 사람들에게 터놓지 못하기때문에 우리는 사회적으로도 고립되어간다... 우리 할 이야기가 점점 학교욕뿐 없어서 투덜이처럼 되는것도 싫고 말해보았자 직장생활은 얼마나 힘든지 아니? 라는 답뿐이다. 하지만 나두 직장생활 해봤다구! 직장은 돈이라두 주지. 울 엄마는 나를 보며 '너 그렇게 일했으면 돈 엄청 벌었겠다' 며 '너 그러다 죽겠다' 라는 말도 많이 하셨다. 흑흑 오늘을 마지막으로 학교욕을 안해야지. 실이 있으면 득도 있겠지. 빨리 졸업해서 학교를 폭파하고 돈벌어야겠다 훌륭한 사람이 되야겠다. 요즘 우리는 너무 불행한 상태다.

그래서 오늘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조금씩 조금식... 미술을 통한 심리치료라는게 효과가 있긴 있는가보다. 사람에겐 표현의 욕구가 있고, 또 이를 통한 자아실현 욕구가 있다, 왜 이런게 있을지? 나랑 표면, 그 위에 놓일 여러가지 부호, 맥락 그리고 그 관계들만 있는 조용한 메타피지카 공간에 잠깐씩 다녀오는것은 정신건강에 좋다. 그 공간, 그리고 평상시의 공간, 내 공부, 내 일, 주변과 그 관계들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을 하면 멋지게 될 것이다. 작년에 만들던 연작의 연속이기 때문에 7번째이다. 학교를 졸업할때까지 몇개나 만들수 있을까? 벽이 이것들로 덮일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레인다. 위같은 낙서도 많이 하지만 낙서들만 모여도 참 좋다. 작년, 재작년 스케치북같은걸 꺼내놓고 보면 해놓은게 많아서 뿌듯해진다. 목적이 무었이든 뭔가를 꾸준히 하는것은 좋다. 그림은 상징계에 있는 실마리들을 물질개념으로 이어주는 것이고 이건 정신적인 차원, 눈이라는 매개, 손이라는 매개, 표면과 그밖의 물질들의 관계포착과 다루기에 달렸다. 지속적인 훈련이 있어야 새로운 관계들을 자꾸 발견할수 있고 눈과 손과 머리가 연결되어서 그릴때 더 잘 보고 잘 생각할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그리는것은 정신에 굉장히 이롭다. 일년동안 그림을 안그렸더니 뭔가 많이 달라진것 같다. 그게 좋은쪽이 아니라는것만 알겠다. 항상 눈앞에 닥친것만 보는데, 내게 필요한게 뭔지 생각해보기도 하자. 하여튼 불행에 발목잡히면 안되는것이다.


pooroni @ 05/02/18 01:33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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