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072342



봄이 온것이다. 밤공기가 어제랑 다르다. 그립고 잊고있었던 냄새랑 온도가 공기안에 연하게 들어있었다. 어제는 무척 춥기만 하더니. '봄이 왔다' 라는 말을 듣는것과 '봄이 왔다' 감각하는건 완전히 다르다. 몸이 느끼니까 정신도 완전히 흥분을 하고 기운도 펄펄 난다. 공기의 작은 변화때문에 우울한 겨울의 모드는 갑자기 꼬리를 감추었다. 희미한 냄새의 변화, 냄새가 나를 이십몇년동안 되풀이해서 이 징조를 느꼈던 다양한 곳으로 데려다준다. 자세한 기억이 안나, 실제 있었던일들이 분명하지만 단축된 감각덩어리로 뭉뜽그려진 '봄을 처음 느낀' 기억의 아카이브다. 정서적인 기억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것이 냄새라고 한다. 남자가 가을에 민감하고 여자는 봄에 민감하다고 하는데 이유가 뭘까. 온도, 온도에 관한 느낌중 가장 최근것은 우리 강아지의 온도다. 테리가 집에서 자고있을때 옆에 다가가면 깬다. 고개를 잠깐 들어올릴때 뺨의 털을 만져보면 털이 따땃하게 덥혀져있고 잠냄새가 난다. 테리가 오래누워있어서 주위가 모두 따뜻해졌을때 손을 강아지 배 밑에 넣어도 기분이 참 좋다. 강아지는 몸 온도가 나보다 높으니까 항상 뜨끈하다. 이것은 테리의 온도로 언제까지고 내 감각에 새겨져있을것이다. 그리고 봄이오는 온도도 어디엔가 새겨져있다. 겨울에 버스기다리기, 지하철에서 문 옆에 앉기 같은 기억의 온도는 한동안 잊고싶어.


pooroni @ 05/03/07 23:42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2) Comments

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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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정신도 완전히 흥분을 하고'가 진짜네요. ㅎㅎ.
어제 꽃시장에서 프리지아를 두 단 사왔는데 진짜 봄 냄새가 하루 종일!
바람이 세게 불어도 진짜로 춥지는 않은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봐요.
lyleenԲ 05/03/08 11:33 ۼ.

제 동생이 졸업해서 프리지아를 많이 받아왔는데 방에서 정말 좋은냄새가 나던데요. 아~오늘도 날씨 너무 좋고, 마음이 설레서 죽겠어요 ^^
pooroniԲ 05/03/10 00:56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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