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작가수첩 2

예전에 카뮈의 작가수첩을 읽다가 수첩에 적어놓은 부분들을 옮겨오려 한다.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은 수잔 손탁의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이 책에 관한 에세이를 읽었기 때문이다. 10대 여자애들이 흠모하는 전혜린처럼 어쨌든 지성에 대한 열의로 똘똘 뭉친 손탁은, 20대들이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여자가 아닐까. '해석에 반대한다'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공부를 위해 차분히 되새김질하며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너무 흥분해서 빨리 읽고 반납해버렸고, 카뮈 부분에 대해 생각나는 것은 사르트르와 많은 비교를 했다는 점 정도이다. 내 왜곡된 기억에 남은 나름대로의 인상은 카뮈를 사르트르에 비한다면 반짝이는 재능보다는 성실하고 모럴리스트적인 차원의 감동이라는 비교와 또 까뮈의 재차 실존주의자가 아니라는 강조 같은것.

이 책은 그의 대략 스물 한살에서 스물 아홉정도 청년기의 노트들을 모아놓은 글들이다. 카뮈의 작가노트가 따로 있다는데, 하나는 노트의 목적이 조금 달라 구분한다는것 같은데 이점도 가물가물하다. 나는 몸도 머리도 참 게으르게 살고 있는데 26세에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썼다는 토마스 만이나 이런 단상같은 노트들조차 빛나는 까뮈를 보면 나또한 인간이란 같은 존재인데 능력면에서는 인간이 평등하지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카뮈의 책을 멋모르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부분 읽어서 지금에서야 카뮈에 대해 새로 이해하기도 했고 어느날 길가다가 익숙한 냄새를 되살리는 것처럼 내 의식에서 차단했던 기억들이라든지 회상들이 옛날 이사람의 책을 읽었을 즈음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사실들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왠지 가슴이 많이 뭉클했다. 좀 더 사람답게 살고싶고 언젠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을 했다. 인간은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고 책은 그런 면에서 쓸모없다는 말도 있지만 경험을 유도해주는 것은 다른이의 경험이 담겨있을지도 모를 책이 될수도 있다. 내용은 둘째치고 카뮈가 나보다 어렸을때 또는 내 또래때 쓴 글들이라서 카뮈란 사람의 열성과 진지함, 인간성을 중시하는 humane 면, 확고한 목적의식 같은것에 감명받고 고무받았다. 사실 책에서 중요한건 텍스트의 내용이 아닐때도 많다.


'8월의 소나기 머금은 하늘, 뜨거운 바람결, 시커먼 구름. 그러나 동쪽에선 푸르고 섬세하고 투명한 ? 그걸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의 존재는 두 눈에, 영혼에 거북스럽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이란 견딜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절망시킨다. 그러나 우리가 시간을 따라 끝없이 늘이고만 싶은 한순간의 영원이다.'
p298

'Byrd->공포와 고통은 희노애락의 감정에서 가장 일시적인 것. '육체는 소리, 냄새, 목소리가 없이는 살 수 없다'
p278

'톨스토이->죽음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고의적으로 삶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죽음이 빼앗아갈 수 없는 의미를 그 삶에 부여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변용시키라고 강요한다' 세상은 고독한 사람을 적으로 간주한다, 세상은 고독한 자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다.'
p278

'꿈 이야기를 많이 기록한다. 말로 하는 꿈 이야기는 항상 나를 따분하게 한다'
p211

'당신의 잘못은 인간이 무슨 일인가를 하기 위하여 이 땅에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점이오'

'도공 디부타데스의 딸은 어떤 젊은이를 사랑했다. 그녀는 벽에 비친 그 사내의 그림자 윤곽을 그대로 따라 새겼다. 그 데생을 본 그의 아버지는 그리스 항아리 장식의 스타일을 발견해 냈다. 모든 것의 단초에는 사랑이 있다 (그림자의 윤곽을 새긴 여자 이야기는 파이트클럽을 쓴 척 팔라닉의 '질식' 도입부에도 나온다. 질식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어서 또 다른 카뮈의 관점도 기억에 남았다')
p189

알코올은 인간의 불을 끄고 짐승의 불을 붙여놓는다.
~에 흥정-진정한 현자는 그 어떤 것도 우습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자신의 허영에 양보할 때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생각하고 살게 될때마다 그것은 배반이 된다. 그 때마다 남의 눈을 의식하여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불행이며, 그로 인하여 나의 존재는 진실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것이었다. 남들에게 자신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p89


pooroni @ 05/03/17 02:24 | Permalink | →etc. - books | Trackbacks | (5) Comments

Ʈ ּ :
http://pooroni.com/zz/rserver.php?mode=tb&sl=181

Comments
저도 이 책 읽고서는 좋은 부분에 줄을 쳐두었었는데. 좋은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그림자 윤곽을 따라그리는 부분은 장진 감독 '아는 여자'에도 나오길래 그 영화 보면서도 생각났었고)
이 책 읽으면서 내 나이에 이 사람 이런 글 쓰고 있잖아, 라면서 절망했다가, 감동받았다가, 뭔가 에너지를 잔뜩 받은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가, 제대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에잇, 될대로 되라지 포기했다가, 막 혼자 그러고 ㅋㅋㅋ
장 그르니에 [섬] 읽어보셨어요? 그 책도 굉장히 좋은데-
lyleenԲ 05/03/17 14:48 ۼ.

맞아요 막 그런느낌~~ 섬 서문을 카뮈가 썼죠? 전 사실 서문이 더 기억에 남고 책 내용 생각은 고양이 이야기밖에 안났거든요, 카뮈의 서문을 읽고 막 신이나서 방방 뜬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너무 고요하다- 는 느낌이었고 항상 이 책을 제대로 못읽어서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한번 꺼내서 열어보았는데 제가 막 까만 줄을 너무너무 많이 쳐놨네요, 전 줄친 생각이 하나도 안나요! 전 막 그리고 '상상의 인도'라는 장을 다른 사람 책에서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치매네요 아ㅣ고
pooroniԲ 05/03/17 23:22 ۼ.

맞아요. 섬은 서문이 본문보다 더 좋아요. ㅋㅋ
이 책을 읽으면 여행가고 싶고, 여행가는 비행기에서 읽으면 또 너무 잘 어울리고, 돈 한 푼 없이 생판 모르는 땅에 떨어지고 싶다, 고 왠지 낭만적으로 변하고 그래요.
lyleenԲ 05/03/18 11:53 ۼ.

저 잠들기 전에 섬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막 한문장 읽고 계속 자버려서 진도가 안나가요!!!
pooroniԲ 05/03/21 00:57 ۼ.

Not much on my mind lately, but I don't care. Eh. 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pass me by these days. Nothing seems worth doing. I just don't have anything to say recently. My mind is like a void, but shrug.
allegra buy onlineԲ 07/04/09 04:32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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