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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포스팅을 못했던 이유는 단순한데, 몰스킨을 또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조금 아까 책더미 밑에서 찾긴 했지만 습관이란게 강력해서 스캔할 몰스킨이 주변에 없으니 포스팅할 계기가 사라진다. 일본에 가기 전에 몰스킨을 찾지 못해서 일본에 가서 새 노트를 샀다. 일본에서 시장 조사를 위해 전문가 인터뷰를 했는데 요즘 일본의 최고 스타 디자이너라는 나오토 후카사와씨를 찾아가 의견을 들었다. 우리 학교 국제디자인학술회의 첫 회에 참석하시고 워크샵도 여시는 등 인연이 많아서 바쁜데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셨다고 한다. 일어를 몰랐지만 날카로운 의견을 대강이라도 주워들을수 있었고 무엇보다 유명한 일본 디자이너의 사무실을 구석구석 볼 수 있다는게 행운이었다. 타이포잔치 책도 가지고 계셨고, 목업을 제작하는 곳,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곳의 편집적인 수납공간 등이 특이했다. 나오토씨는 플러스마이너스제로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저 노트는 그 샵에서 산 것이다. 하얗고 매끄러운 재질로,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서 에스프레소 잔 받침과 노트라는 두 가지 용도를 가지고 있다. 나오토씨 디자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두 가지 사물의 특징을 결합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성되는 제 3의 물건으로 하이브리드 시키는 것이다. 페이지에 붙어있는 것은 오늘 간 커피샵 포장들에 붙어있던 스티커들안데 내가 우리나라에서 본 커피샵 중 거의 최고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곳인것 같다. 그런데 감수성과 디테일함에서 한국적 느낌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정말 좋기도 조금 나쁘기도.

요 며칠 정말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한국에 돌아오니 하얗고 분홍색의 꽃들이 갑자기 솟아나와 온통 색색의 구름이 만발하다. 갑자기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기니 몽롱한 초현실속에서 걷고있는것만 같다. 고마운 친구들이 일본 있는동안 생일을 못했다고 뜸금없이 너무너무 정성어린 선물에다 진짜 멋진곳에 가서 밥이랑 와인이랑 차랑 먹여주었다. 게을러서 남을 챙기기는 커녕 내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내가 너무 챙피하다.친구들은 직장에서 시달리며 잔뜩 스트레스를 받아서 따발총처럼 이야기를 해댔는데 거기에 비하니 내 스트레스가 너무 작아서 더 미안해졌다. 꼭 성공해서 친구들과 상부상조하자!

엄마가 길에서 카네이션 사오지 말라고 문자 보내서 그냥 사지 않았다. 케익을 사가려고 했는데 날이 날이라 다 팔려서 남은 조각 케익을 사고 일본에서 산 카네이션 카드를 드렸다. 그런데 너무 약소해서 흑, 죄송하다. 생각해보니 여러모로 죄송한 날이다 오늘은. 죄송한 다음엔 좀 더 잘해야겠지요. 엄마 아빠 thankyouthankyouiloveyousosomuch!

참, 아까 친구를 기다리며 강남 교보에 있다가 '프리에이전트의 시대' 라는 책을 조금 보게되었다. Mass Organization 에 지친 사람들이 인터넷과 새로운 기업/사회 구조때문에 프리랜스로 전향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들을 micropreneur, 그리고 정보를 경영하는 infopreneur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읽으면서 주위의 사람들을 큰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개인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하고싶어하는 사람들로 나누어 보았는데 극명하게 나뉘기 보단 후자를 원하면서도 전자로 가는 사람, 전자를 원하는데 후자로 가는 사람 등으로 복잡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도록,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고 싶다.


pooroni @ 05/05/08 02:15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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