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091136



nocturnal밤을 샐 준비를 할 요량으로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세 개나 사왔다. 내일 아침까지 해야 할 일의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아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산책을 나갔다. 낮엔 반응기계 스위치를 켜두고 밤 열 시가 될 때까지 자고 있다. 열 시가 되면 감응센서가 들어와 밤이 되면 촉수가 꿈틀거리는 문어 다리처럼 쫄깃하고 축축한 야행생물이 된다고 생각하니 나는 살금살금 스케이트타듯 걸었다.

가로등이 내 뒤에 있어 내 그림자가 나를 앞장서고 나는 그림자를 따라갔다. 그림자가 연산홍 위로 갔다. 밤의 빛은 달빛과 아파트의 불 빛과 차의 불 빛, 멀리서 비추는 다양한 빛들이 섞여 아주 캄캄하지는 않지만 화사한 색감은 바래게 만들고 컨트라스트와 그림자는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막 캄캄한게 회색 젤리처럼 꽃들을 감싸 쥐고 있는데 꽃 송이송이는 어두운 것이 위로 들이밀 듯 해 형태가 더 선명했다. 숨는 것은 숨고 자던 것은 튀어나오고 식물은 텁텁한 달콤한 공기를 뿜어내고 빛은 적어 존재가 더 화려하다.

고등학교 때 어디선가 ‘밤에 항상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도록 하라’ 라는 구절을 읽은 후 밤엔 꼭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을 바라봐도 눈이 나빠 별은 보이지 않고 가끔 달이나 비행기만 본다. 그래도 꼭 하늘을 본 후엔 착한 아이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 지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갖가지 조명을 지나치며 조명이 나를 비추는지 꽃나무를 비추는지 누구를 위해 비추는지 알 수 없었고 바닥이 얇은 신을 신어서 자갈 위를 걷기도 하고 흙바닥 위를 걷기도 하고 통나무 위를 걷기도 하면서 내 발이 걸어온 여기저기의 감촉을 되살려보았다. 나무 그루터기 여섯 개가 줄지어 있는 곳이 있었는데 나무가 젖었었는지 가운데만 젖지 않고 테두리들만 젖어 어두운 색, 그 무늬가 나이테에 따라 재미있고 예뻤다.

내 발이 딛었던 여러 곳들과 열 두시 즈음의 여러 가지 밤들을 떠올렸다. 요르단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밤, 엄마 몰래 펑펑 울고 있었던 로마에서의 밤, 주은언니와 병뚜껑을 찾아 헤메던 병산서원의 밤, 내가 타락천사의 주인공인양 착각한 홍콩의 밤, 미친 듯 춤추고 있던 밤, 어젯밤 내 침대에서의 밤.내가 몇 개의 밤까지 기억할수 있을지 세 보면서 달 밑에서 달이 움직이는 만큼씩 조금씩만 움직이고 싶었다. 내가 언제 기억할지 얼마나 오래 기억할지 어떻게 될 지 모를 오늘 밤엔 밤과 발과 빛을 잠깐 생각했다. 오늘 밤엔 nocturnal에서부터 nocturnal까지 기록하여 가두었다. 나중에 다시 본다면 오늘 밤을 다시 일깨워 줄 어떤 실마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밤은 밤이 가도 슬프지 않다.nocturnal






nocturnal.
nocturnal


pooroni @ 05/05/09 23:36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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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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