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150734



1. 항상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뭔가 손을 계속 움직이려고 한다. 스케치북을 절대 손에서 놓지 말라 우기시는 대학교 선생님들의 말씀도 일조를 했겠지만 내게 작업공간이 없고, 작업할 정신적 시간적 여력이 우선 없다는 것이 큰 이유이다. 특히 회사에 다니면서 버릇이 굳어졌다. 내 업무는 CNN을 들으면서 국제뉴스를 정리하고 통역하는 것이었는데 일이 익숙해지자 속도와 눈치가 빨라져서 속보가 나오거나 전쟁이 터지지 않을 때엔 헤드폰을 끼거나 모니터를 체크하며 손으로는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자폐증적으로 보일만큼 내 그림에 패턴이나 반복성이 많이 나타날 경우가 있는데 내게 그런 면들이 조형적으로 흥미롭기도 하지만 손은 반복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림' 말하자면 painting 또는 작품이라는 것은 우뇌와 좌뇌의 활동이 함께 활성화되어 다분히 의도와 계획성을 가지고 '디자인'되는 것이다. 드로잉은 종류마다 다르겠지만, 그 계획이란 것의 전단계로 치부되는데 머리와 손의 분리와 접합의 분기가 조밀하지 않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머리와 손은 따로 생각을 한다, 머리로 하는 생각에 더불어 손은 뼈와 근육, 표면, 재료, 크기 등 자신의 물성을 통해 다른 물질들에 반응하며 흔적을 만들어낸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상황과 흔적을 선택적으로 걸러내는 프로세스이다. 시간의 흐름에서 내가 끊임없이 흔적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이 모인다는 것은 내가 시간을 잃을 바에야 시간을 다른 흔적으로 재생산해 내겠다는 의지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나서 시간을 재인식하고 붙잡으려 하고 재생산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나폴레옹은 '공간은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시간은 절대 다시 얻을 수 없다' 라고 말했다. 시간이란 건 빈약한 의미의 개념이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누구에게 얼마만큼 주어졌는지 종결이 되기 전에 알 수 없는 것이다. 모두 자기가 맥시멈의 양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타임 베이스드 아트란 것들은 많이 있지만 시간을 일상에서 추출해서 내보일 땐 추상적인 개념이 되어 버리고 우리가 시간과 분리되었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게 한다. 시간은 내 일상 자체이고 시간의 흔적과 궤적은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이다. 일상에서 시간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손과 뇌는 서로 자극하면서 상호작용한다. 손에서 오는 매너리즘과 머리에서 오는 매너리즘이 자꾸 찾아오기도 한다.

2.세수를 하다가 거울을 보았다. 거울을 볼 때 나는 나의 비친 상만 보며 그 안에서 나를 본다고 생각한다. 거울 바로 앞엔 장미꽃이 하나 있었다. 장미와 장미의 상이 있었으므로 거울 앞에 놓을 것이라면 장미 하나를 사는 값으로 장미 두 개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거울을 갖다대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동물은 사람과 달리 시각에 의존해 사고를 하지 않고 청각적이고 촉각적이기 때문일까? 문자와 또 문자에 기인하는 문명 덕에 사람은 시각적으로 변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감각이 약화되었다는데, 라캉은 거울단계를 이야기하며 문자화 되지 않은 아기도 거울을 보면 반응을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왜 그런걸까? 난 내가 애기였을 때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단계에서 반응이 없으며 또 반응이 시작되는지를 알고 싶다.

3. 오늘 생각하며 쓰고 싶었던 것은 그림일기에서 그림과 글의 관계, 그림과 글이 관련 없는 관계, 그리고 모나리자 스마일, 계기, 바질(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주인공 이름도 바질이구나. 오스카 와일드도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바질이 쑥쑥 자라서 생바질을 넣은 요리를 많이 만들고 싶다), 취향, 음악과 레이어, 이미지와의 관계, 모호함, 언어의 모호함과 이미지의 모호함 등등이 있었다. 금요일에 아카이브를 발표하면서,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새머리가 되는 나는 한 부분을 빠뜨렸는데, 내가 만든 이미지들과 음악과의 관계다. 특정한 시절의 음악과 음악이 그 시절을 반영하는 표현방식이 이미지에 투사되는 관계가 내 이미지에 명확히 나타난다고 생각이 되어서였는데 이 점을 말하고 싶었다. 가령 대학교때 레이브가 유행할때 일렉트로니카 계열을 많이 듣게 되면서 언어라는 컨텐츠를 제거하고 음악을 들을 때 형식상의 레이어로 분류해내고 반복성속에서 질서와 무질서를 찾아내는 것이 그림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었다. 음악적 사고와 감정이 이미지로 번역되는게 재미있었다. 음악이 이미지보다 사람의 감정에 훨씬 많은 자극을 준다고 하는데 그림은 그에 비해 훨씬 감각적이지 못하다. 사실 음악을 질투했는지도 모르고, 그림이 건축과 같은 환경으로의 존재감, 감각적인 자극, 일상으로의 침투 를 통해 그런 부분을 획득할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지금은 생각이 약간 다르지만). 그러면서 내가 모더니즘에 뒤늦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건 칸딘스키나 클레의 음악과 형식에 대한 연구 때문이었다. 게다가 음악의 본질과 윗 사람들의 formality는 창의성의 발원이 되는 유희본능과도 밀접하다. 사람이 왜 호모루덴스인지는 유희가 생명 그 자체여서라고 생각된다.

pooroni @ 05/05/15 07:35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1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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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푸론글도 디자인적이야, 인체의 신비에서 붉게 물들인 털실같은 혈관이 지구 몇바퀴를 돈다고 홍보했지만, 펼쳐진 일자 혈관은 어떤의미도 없이 無가 되니까. 이미 내안에 그런 따라가기 어려운 조직적인 엉킴의 질서가 있어선지, 이런 글은 수혈과 같잖아, 뭐 주변에서 수혈받기가 어려운거야, 그래서 애틋한것^^
mjԲ 05/05/19 22:16 ۼ.

어어렵다 무슨말일까... 인체의신비? 펼쳐진 빨간 혈관이라는데 배경이 빨가니까 진짜 무섭다.... 수혈도 하지않고 수혈도 받지않고 난 초콜렛이나 먹고 지내고 있어요. 우리 피는 점점 묽어질까? 굳어질까? 이상한것 하두 먹어서 내 피는 드러울꺼야. 언니 내 피 줄께 새 피줘요~
pooroniԲ 05/05/20 04:46 ۼ.

유명패션쇼 기획자가 패션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음악이라고 했어
80%에 육박한다나?
패션이나 쇼나 무대나 조명이 아니라, 바로 음악인 점에서 놀랐었지,
시각과 청각의 반응중에 어떤것이 우선일까,
조명이 달리고 낮은 벽이 있다면,
빛은 벽에 가려지지만,
소리는 둥글게 원으로 표현되면서 투과하잖아,
비쥬얼은 조건이 한정되기 때문에 조건을 갖추어야하니까 오히려 자극적일 수 있고
소리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어쩔수없이 투과되니까
아주 많은 지배를 하고 있는거고,
소리를 다루는 뮤지션과, 그림을 다루는 화가는 어떤 대척점을 가지고 있을꺼야
그럴까? 뭘까
mjԲ 05/07/08 21:55 ۼ.

흠... 패션쇼기획자가 80퍼센트라는건 상징을 위한 과장일테고. 음악의 비트와 리듬에 맞춘 워킹, 빠른 속도, 화려한 비주얼, 원초적인 섹시함, 섹시하고 자극적이고 꿈같은 비주얼과 인간의 형태와 손에 잡힐듯 가까이 마주하는것, 이런것이 합쳐질때 종교의식처럼 사람을 몽환상태로 이끄는 것이겠지? 원초적인 의식의 북소리가 사람을 흥분시키지만 그 소리만으로 사람이 몽환상태에 이르지 않을것같아. 많은 사람이 모여 일체감을 느끼고 제의의 퍼포먼스가 있고 드라마틱한 의식의 순서가 있어야 하고 비주얼이 있어서, 요소들을 따로 떼어놓을수 없고 요소들의 배합된 방식이 마력을 불러오는 것일꺼야. 종합예술의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초기 모더니스트들이 무대예술에도 활발하게 참여한 일례도 있고 현대엔 예술 장르의 경계가 없어지기도 했겠지만, 전문영역이 있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나 예술가나 디자이너는 사람이 지각하는 요소들을 민감하게 직관적으로 분석하고 기획하고 배합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그게 리듬과 말이건 색과 명암과 형태건 계량화될수 없는 직관적인 수학적 감각이란 면에선 어느부분에서건 비슷하다 생각해, 그래서 그 감각이 날카로운 사람들은 영역을 넘나들지. 글을 쓰는 사람은 꼭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던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던지 자기의 매체를 확장시켜보고 싶은 욕구가 꼭 있다더라. 사람이 원하는건 매체에 숙달되는것보다 자신의 감각을 구체화시키는 지평을 넓혀보고 싶은 가능성인것 같아. 생각을 골똘히 하게 하는 언니의 코멘트 ^^ 개인적인 결론은 공존이네. 빨강과 파랑 물감이 섞이면 보라지만 빨간 빛과 파란 빛이 섞이면 보라색 빛이 안되는것처럼 우리가 자극을 통해 감정을 느낀다면 요소의 우열을 가릴수 없는 통합체를 경험하는거고 그 전체에서 부분을 분리시켜보면 그 부분은 전체의 맥락에서 의미가 없는것...
pooroniԲ 05/07/10 05:04 ۼ.

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wash over me lately. Not much on my mind worth mentioning. My mind is like an empty room.
propecia side effectsԲ 07/04/08 07:21 ۼ.

Basically nothing seems important, but that's how it is. Not much on my mind recently, but shrug. I haven't been up to anything lately. I feel like a bunch of nothing, but maybe tomorrow.
buy tramadol online codԲ 07/04/13 04:14 ۼ.

My mind is like a fog. I guess it doesn't bother me. 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pass me by recently. I've pretty much been doing nothing , but eh.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recently, not that it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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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pass me by. Not much on my mind these days. So it goes.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these days. Basically nothing seems worth thinking about. My mind is like a bunch of nothing.
replica designer handbagԲ 07/04/25 17:14 ۼ.

I've pretty much been doing nothing , but whatever. Today was a loss.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recently. My life's been boring lately, but so it goes. Not that it matters.
buy tramadol online codԲ 07/04/27 22:43 ۼ.

I just don't have much to say right now. Not much on my mind today. I guess it doesn't bother me. Whatever.
soma buyԲ 07/04/29 10:10 ۼ.

I haven't gotten anything done today. 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happen without me. 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recently. I haven't been up to much lately. Oh well.
purchase cialisԲ 07/05/03 11:53 ۼ.

Pretty much nothing exciting going on to speak of. My life's been generally dull recently. Pfft. Not much on my mind recently, but it's not important. Today was a loss, but so it goes.
buspar effects medication sideԲ 07/05/03 23:11 ۼ.

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pass me by. Pretty much not much going on right now. I've just been hanging out waiting for something to happen. I feel like a complete blank. That's how it is.
purchase ultramԲ 07/05/04 19:03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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