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110427



전시 철수를 하고 집에 와서 'Finding Neverland'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시간이 되었다. 아빠가 출근하시기 때문에 엄마는 벌써 일어나셔서 아침상을 차리고 준비를 하신다. 밖엔 비가 내리나보다 소금 떨어지는것 같은 소리가 난다. 어릴때 읽은 진문괴담 책들엔 개구리 비, 물고기 비 등등 신기한 것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 난 supernatural 한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애니미즘적인 세계관은 어릴때 누구나 갖게 되는것같다. 어린 상상과 걸맞고 동화와 어른들은 이를 부추긴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 사고 위에 그대로 꺼풀들이 생길 뿐이다. 레이어가 벗겨질때 처음 본 것으로부터 처음 느낀 것으로 생성된 단순한 느낌들이 다시 도져 나온다.

영화를 보고 갑자기 흐느껴 울었다. 몸 안에서 아주 커다란 하품이 밀려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울지 않을수가 없었다. 울지 않으면 하품이 몸의 기관들을 밀어내 바깥으로 부풀어 올려 내 형태가 바뀔것 같았던거지.

눈을 뜰 때마다 조금씩 어른이 되는 아이들. 손잡이가 개 머리 모양인 지팡이. 마주보고 있는 새 두 마리. 긴 눈썹의 그림자. 반쪽난 하트 모양의 하얀 칼라. 검은 반스타킹. 검은 다리 양. 왜 아이들은 반바지를 입을까? 같은 이미지들이 있었다. 내 눈이 머리안의 허공에서 영화의 단편들을 콜라지하는 동안 혀는 히토리 야니 원 디나르 마떼 구다사이 프로마주 무아 이즈 더 자이가이스트 어쩌고 소리를 핧고 나열해보고 흩뿌리고 한다. 왜? 이상한 소리들과 이상한 단어들과 이상한 이미지들, 이것들이 배합된 이상한 생각들은 내 방에 가득찬 이상한 물건들처럼 한 장소에 모여있을 뿐이다. 나는 이것들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한다.

나는 몸. 몸 안으로 침범해오는 것들은 '푸로니' 믹서기에 갈려 저렇게 파편화되어 미세하게 없어질때까지 계속적으로 내 머리 주위 상상의 진공구역에서 나풀거렸다. 땅은 하늘로부터 비를 힘껏 끌어당기고 있다. 나는 파편들을 밀어내고 있다. 나는 텔로미어를 다듬는다 손톱은 긴다. 길어지다가 길어지기를 멈출 것. 뭐 왈칵 울어버린 것은 슬퍼서가 아니고 내가 저 영화를 보면 울수밖에 없다는 정해진 이치였다. 나는 현실엔 감정이입을 잘 하지 못하지만 현실이 아닌것과 개념적인 것엔 훨씬 더 잘 동요한다. 현실을 현실이 아닌것으로 인식할때 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그런 것. 중요한 사건이나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들은 이곳에 쓸 수 없다. 누구에게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실체가 되지 않는다는 미신적인 생각이다. 이 관계는 예술과 일상, 예술과 디자인의 비유로 떨어지면서 나에게 모든걸 대칭으로 보게 만들고 대칭을 밀대로 밀어 얼리고 과자틀로 찍어내 구워버리고 싶게 만든다. 이 영화의 주제가 바로 그런것이었다. 영화가 나 자신보다도 더욱 당연한 실체로 느껴지며 나를 뚫고 나오려니 공기와 만나면서 액체로 변신했다.

어릴때 피터팬에서 가장 좋아했던 대목은 피터팬의 그림자를 서랍에 숨기고 그림자를 꿰메는 부분.


pooroni @ 05/07/11 04:28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2) Comments

Ʈ ּ :
http://pooroni.com/zz/rserver.php?mode=tb&sl=268

Comments
아무래도 토테미즘같은 종교적인 포인트도 있겠고
좀더 자연적이고 미신적인,
인공과 기계문명과 정반대되는 대입이겠지
자연적인 원초적인 공포를 많이 겪고 싸워나가야 하는 일본인들에게
유독 오컬트가 뿌리깊은것도
지브라 스튜디오의 상상도못한 상상의 세계의
그 친근하고 아름다운 동물과 귀신친구들을 보면 말이야

지브라류 에니메이션만 하루종일 보고픈 욕망은 항상있어
욕망의 구조는 할수있으면서 하지않는 그 행위에의 긍정일까 부정일까
zz
mjԲ 05/07/20 21:48 ۼ.

내 맘을 건드렸던건 제임스 베리와 부인의 대화였는데, 이혼하기 전에 부인이 베리에게 '나는 당신이 한번쯤 나를 그곳(상상,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의 메타포인 네버랜드)으로 데려가 줄 줄 알았어요' 라고 말하지 뭐야. 촌스러운 대사인 만큼 왠지 다른 어떤 소재보다 예술가의 일생이 나한텐 인간의 비애를 극대화시키는것 같아서 슬퍼진단 말이지... 대학교때 며칠 밥도 안먹구 하야오것만 줄창 본적 있다. 해버리면 할 것 리스트에서 지워지니 안하는거 아닐까. 애니만 줄창 보다보면 몸이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어... 마음도 몸에 속하는지 마음이 아플때 직빵.
pooroniԲ 05/07/21 03:46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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