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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요지발표는 무사히 잘 끝났다. 준비시간이 너무 모자라서 완전 깨질줄 알았고 혹시 한학기 미뤄지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했는데 의외로 칭찬받고 태클도 없어서 어리벙벙했다. 내 동기인 홍석이도 발표를 아주 잘 해서 지도교수님이 정말 행복해하셔서 진짜 기뻤다.

사실 대학원 와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긴 했다. 전공을 바꾸고 나니 비슷해보였던 새로운 전공은 과거의 전공과 너무 틀렸고, 한국에서의 학력은 초졸밖에 안되는데 그런 국어로 대학원과정에 적응하는것, 문화적인 차이, 필드에 대한 배경지식이 하나도 없었던것, 사람들의 나에대한 선입견, 공부할 시간은 없고 공부 외의 업무만으로 항상 밤을 새야하는 이상한 대학원생활의 불합리함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점점 적응하면서 재미있어지긴 했지만 논문주제도 생뚱맞아서 영 자신이 없었고 사람들이 이해할지 받아들여줄지 알수가 없고 하여튼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논문의 시작은 정체성과 마음건강을 뒤흔들어놓기도 했다. 항상 왜 나는 항상 쓰잘데기없는것에만 관심이 가는것일까 등으로 자괴감이 들면서 슬펐는데 발표때 선생님들이 받아들여주시는것으로 그동안의 고생이 모조리 눈녹듯 사라지고 벚꽃잎이 마구 떨어지는것만 같았다.

하여튼 그런 유포리아 상태에서 토욜엔 아이들을 가르치고 출력소에서 선생님 도록작업을 하는 동기와 오빠를 도우러갔다. 그런데 이야기를 막 하다가 내 논문 이야기가 나와서 오빠가 논문의 문제를 지적해주었다. 나는 좀 잘못 알아듣고 오빠가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하고 막 짜증을 내기 시작했는데 내가 너무너무 잘못했다. 오빠는 사실 내 논문발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세 차례 모두 본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 논문의 겉꺼풀 이상을 보고 진짜 부족한 점이 뭔지 말해줄수 있었던 것인데 나는 고마워해야 할걸, 완전 바보다.

오빠는 진짜 대단한데 정신력이 너무너무 강하다. 오빠가 우리 뒤에 들어오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논문을 쓰지 못했을것이다. 이번에도 선생님 은퇴도록때문에 사람들이 몇주간 집에도 거의 못가고 꼬박 밤을 계속 샜는데 바닷가의 둑 구멍을 막은 네덜란드 소년같은 오빠가 우리 대신 막아주어 논문 준비를 마칠수가 있었다. 오빠한테 은혜입은게 한둘이 아니라서 일일히 열거할수도 없다.

오빠는 덕분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입이 다 헐고 헤어지고 어제는 스트레스로 심하게 체해서 우리랑 밥먹다가 밥을 못먹고 가버렸다. 그래서 나랑 동기랑 돼지처럼 삼인분을 다 먹었다. 오빠한테 미안하고 내가 괴씸하다.

하여튼 좀 슬프다. 논문 준비하는건 좋았는데 그동안 주위사람들도 하나도 못챙기고 피해만 준것같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기쁨은 잠시만 누리고 고마운분들 소중한 사람들께 감사하고 챙겨야겠다. 논문허락이 난 듯 하니 더 열심히 연구하고 종심들어가는 태호오빠 등도 도와주고 내가 입학할때부터 공부하고싶었던 방향대로 공부할수 있게된건 다른사람들 덕분이란걸 잊지말자.


pooroni @ 05/11/20 07:44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11)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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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부럽. 논문 다 끝냈소? 난 무위도식중. ^^; 안부인사.
noinԲ 05/11/22 10:10 ۼ.

다 끝내긴요. 요지발표만 했어요. 뉴욕에 있으시다면서요! 며칠전에 들었어요, 깜짝야!!! 즐겁게 계신거죠? 저야말로 부럽~~
pooroniԲ 05/11/23 09:44 ۼ.

축하드려요~ 논문 요지 발표하면서 칭찬받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정말 대단하세요. ㅎㅎ
아무쪼록 심사까지 무사히 통과하시길~ ^^
은영Բ 05/11/23 12:21 ۼ.

감사합니다;;; 잘했다고 칭찬받은건 아니구요;;; 에고 고지가 멀었습니다. 은영님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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