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080259
어제 오늘 대천에 다녀왔다. 폭설로 완전 설국을 이루었는데 눈, 밤바다, 여행 같은 기대의 조합이 낭만적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탄 스타렉스가 '비밀'같은 영화에서처럼 뒤집히기라도 할까봐 마음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눈은 참 차가운데 눈이 많으면 뽀송뽀송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니 아이러닉하다. 본래의 성질과 대조적인 심상을 불러일으키는게 또 뭐가 있을까, 차가운 달빛? 생각이 안난다. 뾰족한것이 둔해보이거나 거친것이 부드러워보이거나 활기있는것이 죽은듯 보이거나... 좁은곳이 넓어보이거나,
바다는 무색무취로 증발해버린듯 특징이 기억나지도 않고, 모래사장대신 눈을 봤다. 콘도에서 내려다보니 해가 지고 네온사인들이 무지막지하게 들어왔는데 특이하게도 70여퍼센트는 분홍색이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라 나름대로 장관이었지만 섬뜩한 느낌이기도 했다.
아무생각없이 가서 별 생각 없이 다녀왔는데 갔다오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나고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궁금하다. 안심도 되고 걱정도 된다. 여행의 주제가 눈이 될줄은 생각도 못했다. 추워서 괴로울줄 알았는데 별로 춥지도 않았고 놀라웠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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