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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재끼고 매튜바니 전시를 보러갔다. 리움엔 처음 가보았다. 목요일만 예약 없이 입장 가능한 날인데 다음주에 전시가 끝나기 때문에 오늘 안보면 못볼지도 몰랐다.

전시에 입장하니 목적과 전달하려는 바가 항상 단순명료한 디자인의 세계에서 혼란스럽고 난해한 미술의 세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순간 어지러웠다. 처음 입장하면 보이는것은 마른 새우 머리로 이루어지고 뒷부분은 하얀 액체같은것으로 덮혀있는 길고 이상한 조형물이다. 뭔진 모르겠지만 흥미롭고 아름다움을 진기함의 척도로 볼 때 아름답다고 분명히 말할수 있고 굉장히 컸다.

두 번째 보이는건 엄청 큰 한 쌍의 갑판 모양의 것인데 하나는 어둡고 녹색의 콘크리트 색으로 가운데엔 척추같은 형태의 것이 있고 무너지고 있으며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하나는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완결되고 순결해보이고 굽이치는 플라스틱같은 판들이 붙어있다. 둘 다 하나의 origin 에서 출발해서 형질이 변한 쌍 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디테일은 정말 아름다웠고 굉장히 커서 운반이나 설치에 대한 궁금증이 들고 이 작품이 이곳에 어떻게 와있는것인지 존재 자체가 굉장히 초현실적이었다.

전시장을 에워싼 벽에는 사진들이 붙어있다. 바셀린으로 작업을 하는 일본인들, 배 앞에서 퍼레이드를 하는 일본인들, 변형된 일본옷을 입고 대치하고 있는 비요크와 매튜바니 등. 새우를 먹고있는 누워있는 청소년과 어떤 일본 여자의 사진도 있었다. 전시장 한 쪽 부분엔 유리 테이블안에 부패하는 것 같기도 하고 클리니컬 하기도 한 형태의 변형 상태에 머물고 있는듯한 유리와 곰팡이 장식의 아름다운 프레임들이 있었고 그 안에 오줌색 페인트와 연필 드로잉들이 들어있다. 알아보기 힘든 것에서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성적인 뉘앙스를 띄는것까지 많은 드로잉들이 있었는데 서로 잘 연결이 되진 않았다.

또 한쪽 벽엔 암벽타기 구조를 만들어서 매튜 바니가 천정까지 올라가서 드로잉 작업을 한 흔적이 보인다.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구속의 드로잉 시리즈 중 하나인 사티로스들이 싸우는 영상과 사진들이 있었다. 조형적으로는 흥미롭지만 사티로스의 뿔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분장한 사람은 가짜 다리를 붙이기 때문에 구속이 되어 움직인다. 사티로스끼리 서로의 뿔을 가지고 자꾸 어떻게 하려한다. 뭘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리무진에 탑승하면서 자꾸 레슬링을 하면서 싸우는데, 반인반수인 사티로스, 운동과 구속인 몸을 뛰어넘으려는 관계, 의미없는듯한 계속적인 반복 같은것은 잘 이해가 되는데 뿔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매튜바니가 분장한 다도실의 사진에서도 머리위에 뿔이 잘린 자국이 있던데. 뿔이 단순하게 성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해도 머리에서 솟아나오고 꼬인 모양에, 잘리고, 어쨋든 복잡하다.

다른 방엔 구속의 드로잉이라는 주제를 가장 단순한 코드로 직설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구속이 되는 신체적 상황을 설정해서 드로잉을 만들고 그 흔적을 보여주고 비디오로 상영하는 것들. 이것을 보고 난 후엔 전시가 좀 더 명료해진다. 이 방에 가기 이전에 statement 라고나 할까, situation-condition-production 이라는 사이클에 대해 설명한 바니의 드로잉같은 것이 있다. 상황이 있으면 조건이 생기고 조건을 넘어서려는 상황에서 생산이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이 구속적인 조건을 넘어서려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것이 운동선수가 몸을 변형하며 조건을 넘어서거나 아티스트의 프로덕션이나 성적인 대치상태 등등이라는 것이다. 전시물들은 모두 가상으로 설정된 상황, 조건, 생산의 다큐멘테이션과 결과물, 잔해 같은 것으로 이해되었다.

맨 위층에 가면 전시에 반복되는 바다, 변형되는 몸체, 큰 척추, 반복되는 일본테마의 요체인 영상이 상영되고 거대한 바셀린 덩어리들이 있다. 바니와 비요크가 일본 해안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데 배 안 다도실에서 서로 키스를 하며 서로의 몸을 벗겨내서 몸이 변해 두 마리의 고래로 변해 배를 빠져나간다는 그런 내용이라더라. 약속에 늦어 빨리 나오느라고 영상을 다 못봐서 아쉽다. 굉장히 길었다. 1층과 2층의 사진은 영상에 나오는 장면들의 still 들인것 같다. 바셀린은 고래에서 나온 기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변태적인 뉘앙스로 변형되는 신체이면서 생산물이기도 한 다중적 의미를 지닌 효과적인 재료인것 같다. 하여튼 엄청 큰데다가 완전 거대한 힘들이 바셀린을 눌러 형태를 만들고 한 것이 인상적인데, 주체 자체의 힘이 아니고 어떤 외부적인 힘에 눌린듯한 느낌이었는데, 주체가 누군지 알수 없으니 여기에서도 계속되는 물음표의 상황-조건-생산의 순환반복이다. 바셀린 사이사이엔 척추의 흔적이 있어서 주체가 조건을 넘어서서 빠져나가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다음방엔 부패하는 드로잉들이 좀 더 있고 바셀린이 낀 척추모양의 것이 있다. 그리고 전시장을 나가면서 처음에 본 새우머리 조형물을 보게 되는데 그게 포유동물인 고래의 똥이라는걸/생산물인걸 알게된다.

스케일이 굉장히 컸고 남성적이었고 미국적이고 팝적인 느낌도 난다. 전시물을 보게되는 순서가 전시관의 건축적인 구조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 전시는 순차성이 굉장히 중요한것 같아서 전시관 구조때문에 좀 아쉬웠고, 전시 전체가 하나의 서사, 신화, 과도한 개인적 상징체계로 뭉뚱그려지는것은 처음엔 싫었지만 생각할수록 좋아진다. 처음에 무의식처럼 연결이 안되던 것들이 생각할수록 구체적인 덩어리가 되어간다,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라 더욱 그렇다. 그런것보단 이런 전시의 과도한 망상, 기획력, 자금, 스케일이 포함되는 미술체계를 ephemeral 한 디자인체계에 비교하게 되는데 그 두 가지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더라도 서로가 교집합을 이룬다는건 항상 흥미롭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한 예제를 보게되는건 단순히 흥미롭지많은 않은, 몸 안의 세포들이 변화하는것같은 영향력이다. 그런게 예술의 힘. 사실 내용이야 어떻든, 미적으로 너무 아름답고 디테일들이 장난 아니었다. 옛날에 본 데미안 허스트 전시가 생각나는데, 스케일이 대단했지만 아무 느낌이 없었다. 둘이 다른것은 바니가 눈앞의 재료/몸/물적인 것의 존재감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고 허스트가 물적으로 제시하는것은 모두 개념적으로 보인다는 것. 허스트는 반브룩이 만든 책만 보는것이 훨씬 좋았다. 바니의 것은 실제로 보는것이 훨씬 좋았다. 그래서 미술은 개념뿐만은 아닌것이고 실제적인 몸이 필요하다. 몸이 무엇을 전달하려 탈바꿈한것이 아니고 몸 자체가 그것 자체인것.


pooroni @ 05/12/30 01:46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15)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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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우와! 좋았겠어요. 본다 본다 하면서 아직도!!!!!
아마 못볼듯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크리스마스 카드 고맙습니다. ^^
올 한해도 화이팅 하시구요. ^^
심.비.숲Բ 06/01/01 10:15 ۼ.

예쁜 블로그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자주 훔쳐보러 올게요.
공구리Բ 06/01/01 11:36 ۼ.

심비숲// 대기씨도 화이팅하세요!!! 제 카드는 선물에 비해 넘 약소합니다 ㅠㅠ 너무 바쁘시구나. 혹시 이번주 목요일에 시간되면 보세요, 목요일엔 전시 늦게까지 여는것 같던데. 전시 좋더라구요. 너무 바쁘시니깐. 그래두 한해를 바쁘게 시작하는건 넘 좋은것 같아요~ 자랑스러운 대기씨 ㅎㅎ ~~ Happy New Year!!
공구리//안녕하세요~~ 헤헤 저두 자주 놀러갈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ooroniԲ 06/01/01 16:55 ۼ.

티켓 있으면 전시는 다시 못들어가도 영상물은 다시 볼 수 있다고 하니 구속의 드로잉 9번 영상인가(비욕이랑 사랑에 빠지는)는 나중에라도 보시면 좋을 거예요. 2시간 30분인가 되는데, 그래도 꽤 볼만해요. 보고나면 좀 더 매튜바니식 작품들이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일본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서 제작했다는데, 굉장히 일본적인 느낌이 많이 나고, 그래서인지 일본식 미의식이랄까 그런 개념을 미리 알면 좀 더 잘 이해를 할 수 있을 듯하더라구요. 뭐 사실 그냥 봐도 비주얼적으로 지워지지 않는 장면들이 많아서 아마 도움이 되실 듯.
lyleenԲ 06/01/03 10:58 ۼ.

오 두시간 삼십분이라니, 캡숑 기네요 아이고. 일본정부지원금을 받은거군요. 영상 다 못보는게 아까워서 도록도 사서 열심히 보고 심지어 비요크 CD로 나온 Drawing Restraint 까지 사서 들어봤답니다 ㅎㅎ. Lyleen 님은 그 긴걸 다 보신거에요? 혹시 앉아서 볼수 있는 곳이 있었나요?
pooroniԲ 06/01/04 02:21 ۼ.

미술관 내에 극장이 있어요. 대략 70석 정도의 소극장같은.
시간 맞춰서 가면 보실 수 있을 듯.
저는 첨부터 보긴 했는데 중간에 20분쯤 졸았어요 -_-;;
lyleenԲ 06/01/04 21:25 ۼ.

앗 그렇군요! 거기 뭐하는곳인가 궁금했어요. 전 목요일날 가서 목요음악회인가 한다고 써있어서 공연만 하는 곳인줄 알았어요 ;;;; 전시 끝나면 상영 안하겠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pooroniԲ 06/01/06 02:47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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