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040311



새해를 맞아 샴푸와 린스를 바꿨다. 조금아까 머리를 감아보니 고질적인 내 머리문제가 해결되는것 같기도 했다. 세상엔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문제들도 있다.

밤마다 왜 내 옆에 귤이 하나씩 있는지, 옆에 있는 귤을 자세히 보니까 반투명해서 좀더 진한 점같은 것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잔뜩 박혀있다. 저 점 안에도 귤껍질같다는 사람 모공처럼 기름이 박혀있는걸까? 향수를 만들때 다른건 다 증류해서 기름을 얻는다는데 시트러스 계열만 껍찔을 짜서 향수기름을 얻는다니까 저속에 진짜 기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촘촘하게 많이 모여있는건 징그러운 느낌이 들기는 한다. 촘촘한 요소와 간격이 너무 작으면 징그럽지 않고 너무 커도 징그럽지 않은데 딱 불안감이 들도록 촘촘한 비례같은게 있는듯하다.

내가 오늘 가르치는 반엔 남자아이 두 명, 여자아이 두 명이 있는데, 저번 바로크 렉쳐에 이어서 아크릴로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바로크는 명암대비가 심하고 색상이 칙칙한 편이고 실내나 무대위에서 강한 조명을 쬐는듯한 드라마틱하고 감정적인 느낌이 특징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끝까지 여자애 한명은 화사한 색상만 쓰고 붓도 큰붓 작은붓 돌려가며 쓰라고 해도 작은 붓으로 디테일만 그리는 것이었다. 망치는것을 두려워하고 대범함이 없다, 나는 아이가 캔버스가 피부인것처럼, 색을 메꾼다기보단 발라주고 흙 다루듯 물질이란 걸 느껴보고 했으면 했는데. 내 기준에선 남자애들것이 거칠었지만 훨씬 실험적이고 색상이나 붓놀림을 다양하게 다뤄보아서 맘에 들었다. 바로크라기보다 후기인상파 그림들처럼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여자아이는 굉장히 남자아이같은 성격인데도 불구하고 열살정도 나이가 되니 성구분이 확실한것이 그림에서 확연하다. 초등학교 일학년 아이들도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좀 더 어른스럽고 깔끔하고 깨끗하고 예뻐보이고 귀여워보이는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지 않으면 배우는게 적기 때문에 아이들이 여자아이 매너리즘을 보이면 난 막 의욕이 떨어진다. 여자아이들에게 거칠고 혼란스러운 것을 하라고 시키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내 기준은 개인적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미술의 가치기준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미술의 기준은 그만큼 남성적인 이상향을 품고있다는걸 애들을 통해 계속적으로 실감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예술로써의 미술은 확실히 남성적이고 디자인은 여성적으로 구분된다. 어린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저렇게 확실하고 일률적으로 성역할을 숙지하여 성장하는건지 정말 신기하다. 나이값 못하는 어른들은 많지만 아이들은 정말 빠르고 신속하고 충실하게 자기 나이에 맞춰 성장한다.


pooroni @ 06/01/04 03:07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11)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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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여자아이들이 열살남짓에 그렇게 되는 건, 본능적인 걸까요, 아니면 초등학교 선생님들 탓일까요, 부모님 때문일까요, 아니면 환경때문일까요? 전 초등학교 2학년때 체육수업 끝나고 교실로 들어오다가 복도에서 남자애들이랑 같이 우유급식 박스 뛰어넘고 놀았는데 선생님한테 들켜서 혼난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유독 저에게만 '기집애가 남자애들처럼 뛰어다닌다'고 하시며 저만 불러세워 손바닥 맞은 기억이 왠지 충격적으로 남아있어요. 그때 결심했죠, '에잇, 공정치 못한 세상, 삐뚤어질테다!' 뭐 이런. ㅎㅎㅎㅎ
lyleenԲ 06/01/07 13:46 ۼ.

저는 뒤늦게 '에잇, 공정치 못한 세상, 삐뚤어질테다!' 느끼고 있는중이에요 ㅎㅎㅎ 궁금해서 물어보던지 찾아보던지 읽어보던지 해야겠어요. 그런데 정말 초등학교 들어가기 이전 어릴때 생각은, 잘 안나네요, 기억하려 해도. 우유급식 말씀하시니까 학교다닐때 겨울에 우유를 다들 히터위에 줄지어 올려놨던 생각이 나요. 히터위에 우유를 올려놓고 마실려고 하면 약간 썩은듯한 냄새같은게 막 났었는데...
pooroniԲ 06/01/10 00:30 ۼ.

1-2살짜리 아기들도 유심히 보다보면 여아와 남아의 행동이 틀린데, 본능,환경,교육의 결과겠죠.
eironԲ 06/01/17 14:58 ۼ.

eiron 님 안뇽하세요~ 1-2살부터 행동이 구분된다니 정말 빠르네요. 기억도 안날 때인데. 저는 어렸을때 인형같은걸 너무 싫어했는데 왜 그랬을까도 궁금하고, 동성애자들은 왜 동성애자가 되는지 동성애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역할모델이 달라져서 다르게 크는건지 그냥 이것저것 궁금해지네요 ^^
pooroniԲ 06/01/18 08:17 ۼ.

저도 궁금해요~ ^^; 전 남자지만, 여자같다는 소릴 정말 많이 듣거든요. (외모+성격) 주변에 누나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장남에 남중, 남고, 공대를 거친 예비역인데 원인이 뭘까요;; 제 경우에는 타고난 것이 비중이 크겠죠?
eironԲ 06/01/18 11:44 ۼ.

타고나는걸까요? 저두 어렸을때 제가 여자란걸 자각 못하고 굉장히 남자애같았는데... 타고난건지 롤모델이 잘못된건지 ㅎㅎ 뒤늦게 곰곰히 생각해보는 중이에요. 여러가지 추측이 일긴 하지만, 구분을 명확하게 짓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구분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이나 주변사람들도 신기하고, 새삼스럽게 그런게 신기해요 ^^
pooroniԲ 06/01/18 21:09 ۼ.

I just don't have anything to say recently, but what can I say? Maybe tomorrow. More or less nothing seems worth bothering with, not that it matters. I guess it doesn't bother me. That's how it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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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these days, but so it goes. My mind is like a void. Shrug. Not much on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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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be bothered with anything lately. I've just been hanging out waiting for something to happen. 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happen without me lately. I just don't have much to 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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