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32316
가끔 버스에서 이렇게 쓸 때가 있는데 버스에서 노트북스크린을 보고 있으면 토할 것 같으니까 초점은 풍경에 두고 손가락만 머릿속의 말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머릿속이라고 하니 이상한데 머릿속에 뭐가 희끄무레 비계같은것, 그 속에인지 가슴인지 허공인지, 그냥 머리라 생각하니 그 어느 지점서 글씨가 뭉글뭉글 피어오른다고 생각이 되는 것인데 단어가 떠오르고 손이 알맞은 자판을 찾아 탁탁 치는것, 신기하다. 단어들이 떠오르며 상공 어딘가에서 눈결정이 조합되듯 패턴을 이루며 스크린 위로 떨어지고 있는데 그 와중 헤드폰을 끼고 나는 포드캐스트도 듣고 있다. 왼쪽 눈으로는 옆에 앉은 아저씨가 잠이 드는지 다른 곳을 바라보는지 슬그머니 보고있다. 감시하기엔 왼쪽 눈보다는 좌뇌쪽 오른눈이 좋다지만 그래서 그런지 왼쪽 눈은 혼자 딴짓한다. 이어폰에선 토바이어스 프레르 존스와 조나단 호플러가 하이웨이 고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창 밖엔 저녁이라 차들이 행렬로 움직이는데, 불빛들이 질주, 어쩌고 메타 디자인, 네덜란드 디자인, 포르셰즈의 프랑스 타입페이스, 글자들의 지역성에 대해 세 명이서 이야기한다. 도보엔 눈이 쌓여있다. Being rejected in a snowy day. 호플러는 말이 빠르고 존스는 목소리가 낮고 느리다. 잘틀리는 내 직관으론 정 반대 느낌이었는데, 어쨌건 내 상상에선 새처럼 가벼웠던 존스의 목소리는 무겁다. 눈이 내리고 눈이 반짝인다 꿈같다. 하지만 자꾸 토할 것 같다. 삼월달의 눈. 누가 경쟁자이냐고 물어본다. 오토바이가 우리 앞을 가로질렀는데 난 말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눈이나쁜 상태로 안경없이 다니는 것의 좋은 점은 작은 암시들이 상상의 이상한 것을 많이 보게된다는 것, 일상이 the Cell 같아 보이기도한다. 버스 아저씨가 어떤 차가 불쑥 튀어나와서 화를 낸다. 사람들이 화를 표시하는 방법,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상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더라도,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감정, 인데 거의 모든 감정이 그러한가? 슬픔은 숨기고 사랑은 숨기고 화는 표현한다... 화를 표현하는 것은 display 로 거의 퍼포먼스이다, 연극 같다. 사람마다 참 다르다. 가끔씩 풍기는 향수냄새. 이상하게 이상한 장소에서 익숙한 냄새에 마주치게 된다, 위프트. 언젠가 비행기에 밥솥을 가져가다가 밥솥안에 포장해놨던 불가리블랙 터져서 솥에서 냄새가 몇 달 동안 안빠지고 밥에선 계속 향수냄새가 났다. 원래 그 냄새를 되게 좋아했는데... 솥 일 이후엔 불가리블랙 냄새가 어디선가 날 때 마다 기분이 안 좋다. 버스안 어디선가 이 냄새가 난다. 학교에도 이걸 뿌리는 사람이 있다. 흰것에 스며든 향수냄새, 로즈워터를 생각하면 비슷한 느낌이고, 사프란 라이스라던지, 밥이랑 색, 밥이랑 향... 등등... 그런것 다 마음을 이상하게 흔든다. 그런것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토나올것 같은 기분을 들게하고 토나오게 하는 기분은 그런걸 연속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토할것같은건 사슬같다, 연쇄를 잘라내려고 흥부톱같은걸로 왔다갔다왔다갔다 반복이 더 토기분을 고조시킨다. 옆에 서있는 차들엔 눈이 쌓여 있다. 봄에 보는 겨울처럼, 얼마 전에 눈의 여왕이란 안데르센 책을 오랫만에 봤는데 그 책을 읽다가 특정한 대목에선 예나 지금이나 지금 당장과 같은 느낌이 항상 든다. 버스에서 빨리 내리고 싶다. 기분이 안좋다. 눈이 내리는 것은 정면에서 보는 것과 밑에서 보는 것이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근데 눈이 정말 많이 내리네. 오랜만에 눈을 보니 눈이 예쁘다. 막 혼자 특정한 단어를 음미한다던지, 혼잣말을 한다던지, 단어에서 문장에서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떤 사람이 특정한 방법으로 말을 한다거나, 특정한 조합이라거나, 특정한 발음... 등으로 언어에서 물성을 느낄 수 있다, 물질이 아니고 개념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생각되는게 언어인데 그것에서 풍기는 느낌, 주스가 흘러나올것같고, 템포, 리듬, 존재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시되는데 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시되고 묘사되고 표현되며 존재가 생기는데 다양한 종류의 레고블록같은것. 그 이상.
-어제저녁버스안에서-
아까 내 앞에 걸어가던 남자가 건물 옆 구석진 모서리에 침을 뱉는걸 봤다. 그냥 자기 앞이 아니라 꼭 모서리로 머리를 틀어 뱉었다. 모서리에 먼지가 많이 끼는것처럼 모서리쪽으로 더럽고 이상한것을 끌어들이는 멘탈인력같은것이 있나보다. 나는 땅을 보며 걸어다니니까 땅을 보면 전 도시가 그려내는것같은 마크메이킹, 드로잉이 실시간으로 진행중인것을 볼수가 있다. 모서리에 관한 그림, 이런 도시경관 땅에 대한 드로잉, 하늘, 구름의 움직임, 그 사이에 있는 것에 대한 드로잉... 그냥 아주 많은 것들이 스케치처럼 빠르게 머릿속을 휘젓고사라져나가버린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싶지 않다 싸앉고있어도 부질없다, 아무에게도 말해주지도 보여주지도 느끼게해주지도 못하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 모르게 왔다가 사라져버린다. 아쉬운지도 모르고 난 잠이들고 깨어나고 잠이들고 깨어나고...그야말로바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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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Not much on my mind today, but maybe tomorrow. So it goes. I've just been letting everything wash over me lately. My mind is like a bunch of nothing. What can I say? I've just been sitting around not getting anything done, but that's how it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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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n't gotten anything done for a while. Pfft. Nothing seems important, but I don't care. I just don't have much to say lately. My life's been completely unremarkable these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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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was a total loss, but whatever. So it goes. I haven't been up to anything today. Oh well. Pf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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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n't gotten much done lately, but so it goes. I haven't been up to much lately. My mind is like a fog, but shr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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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n't gotten much done these days. I guess it doesn't bother me. I just don't have anything to say , but whatever. Basically nothing going on today. I feel like a f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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