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10301



이불안.
봄은 좀 추워서 웅크리고 따뜻한 곳으로 파고들어가고 싶은 아늑한 느낌이 남아있으면서도 맑은 느낌이여서 좋다. 어제 잠을 안잤는데 잠을 안잔지 오래되니까 정신이 너무 또렷하고 어딘가 줄이라도 매달려있으면 막 몇시간동안 기계체조라도 하면서 빙빙 돌수있을것 같다. 핏속에 설탕결정만한 움파룸파들이 파스트포워드로 노래를 부르면서 광속으로 암페타민이라도 나르는 느낌.

미국에 있는 친구, 멀리있어도 항상 내 반쪽이 거기있어 라는 느낌이 들게하는 친구인데, 교포다. 친구는 대학교 입학해서부터, 그러니까 9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왔을때 삼촌이랑 닭칼국수 먹은 이야기를 자주 했다. 친구는 한국말도 잘 몰랐고 서울 지리도 몰라서 거기가 어디였는지 알수가 없었다. 왠지 우리는 항상 닭칼국수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는데 하도 이야기를 많이하며 닭칼국수를 상상해서 닭칼국수는 초콜렛공장의 골든티켓같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가망없고 환상적인 신기루같은 상징으로, 우리 사이의 inside joke 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달에 친구가, 왜 자기가 그 생각을 못했을까라며, 자기 아빠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한국에 있는 친척한테 전화를 해서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조금 무서웠다.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펼쳤기때문에 막상 찾아가서 실망을 하면 어쩌나, 또 친구 없이 가면 안될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기도 했고 어쩌고. 하지만 우여곡절끝에 오늘 그곳에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동대문쪽에 있는데, 약도랑 정보를 적은 노트를 집에 두고와서 못찾을뻔 했지만 함께 간 오빠가 철두철미한 성격이라 그곳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해놓은 것이었다! 사람은 반대성격의 사람이랑 다니면 좋은점이 많은것같다. 골목이 어지러워서 길도 막 잃었는데 그곳에 전화를 해서 아주머니가 우리를 찾아가지고 데려가셨다.

생각보다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친구가 너무너무 보고싶다. 친구가 여기서 십년도 더 전에 말이 안통하는 삼촌과 소주에 닭칼국수를 먹었을것을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닭칼국수의 어감을 너무 좋아했던것 같다. 세자면 매끄러워 평범한데 한 자가 더 붙으니까 발음하기도 번거로운데 우리는 번거로운걸 되게 좋아하는 성격이고 닭은 좀 웃기다. 친구가 전에 드로잉시간에 닭그림 그렸던걸 보여준 생각이 난다. 친구 그림도 그립다. 오늘 브이 포 벤데타 봤는데 거기 나오는 가면을 보니까 친구 생각이 났다, 걘 완전 포커페이스기 때문이다. 걔의 뻔뻔한 무표정 얼굴을 생각하니까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피식 난다. 얼굴표정만 그렇고 속은 얼마나 반대인지. 나는 얼굴이던 성대던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데 친구의 근육은 완전 복종한다. 머릿속에서 친구한테 말하는것처럼 자주 혼잣말을 한다.

따로따로 한번씩 먹었으니까 나중에 꼭 같이먹자.


pooroni @ 06/03/19 03:02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1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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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후~ '광속으로 암페타민' 유머감각이 대단하세요~ 완전 재미있어요. ^^
eironԲ 06/03/21 23:29 ۼ.

재미있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헤헤^^
pooroniԲ 06/03/23 15:58 ۼ.

COMMENTARIY
ism-nom-temaԲ 07/03/04 01:55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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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villeԲ 07/04/12 15:10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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