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120415



커피 사러 나갔다왔는데 햇빛은 쨍쨍하고 꽃들이 만발해서 풍경이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여 기분이 좋았다. 컴퓨터앞에 있으니 눈이 더 나빠졌는지 사물이 더 블러리해보인다. 그래서 모든게 더 예뻐보이는지도 모르겠으나 사물이 뭉뚱그려져 집합적으로 보이는게 재밌기도 하다. 아카시아냄새가 나기도 하고 피지도 않은 라일락냄새가 벌써 나는것같은 착각을 하기도 한다, 어서 라일락핀걸 보고싶다. 밤중에 하늘을 보면 하늘색이 묘하다. 끝이없어 오히려 깊이가 없어보이는 하늘은 건조하면서도 축축해보이니, 그리고 불투명하면서도 푸르스름한 하늘에 대비되고 불빛이 반사되서 그런지 하늘과 함께 보이는 녹색 잎사귀들은 누런빛으로 탈색된것같아 보인다. 언젠가 틀어박혀서 그림을 그리면 별빛이 안보이는 불투명한 밤하늘의 색에 누런 잎사귀색의 그림들을 많이 만들고싶다. 해가 질 무렵 하늘도 묘하다, 가는곳마다 석양이 나를 따라오는것 같고 헬기가 지나가면 작은 구름이 빠르게 떠가는것같은 빠르고 작은 그림자. 아침의 하늘은 그렇게 매력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침엔 하늘보다 다른것들이 더 예뻐보인다. 냄새를 그릴수 있었으면... 바닥의 껌자국도 예뻐보인다. 껌자국들이 이어지는 추리소설과 같은 그림을 그려보고 싶기도 했다. 껌자국을 보니 갑자기 땅콩 생각이 나서, 껌과 땅콩이 섞인 물체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땅콩은 지방, 단백질, 섬유질 같은걸로 만들어져있을텐데 묘하게 플라스틱과 비슷한 느낌이다. 매끈매끈. 매끈매끈한 사물들의 집합, 호두처럼 울퉁불퉁한 사물들의 집합, 솔잎처럼 뾰족뾰족한 것들의 집합으로 텍스쳐만 강조한 모노톤의 사물을 만들고싶다. 벽돌이라던지, 엠보싱된 책 표지같은것. 뭔가로 본을 떠서 프레스기에 돌리면 만들수있을것 같은데, 하나는 무광택의 은박이었으면 좋겠고 하나는 두꺼운 판화지에 글로스젤같은 광택을 입히고 싶다는 생각.

고집스럽고 편협한 취향이지만, 잘디자인된 쌔끈한 물건들을 보면 거의 아름답단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어젯밤엔 논문이 너무 쓰기가 싫어서 옛날에 먹은 카레 생각만 했다. 맛있는 동남아식 카레에 요거트에 오이샐러드, 카레옆에 곁들인 망고 처트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망고 처트니와 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무럭무럭 나면서 옛날의 감각을 되새기고 새로 만들 맛을 상상했다. 나는 회상과 감각이 섞인 환상과 같은 믹스쳐들을 만들고싶다. 묘하게 왜곡된 기억들처럼 이상하게 섞여버린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것들. 조화나 본사이트리같은 가짜이면서 진짜보다 더 예쁘거나, 다른 사물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다른 사물과 기억을 연결해주는 것들. 어린이의 사고는 파편적이고 유추적이라는데,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 속에 그대로 있는 행복한 어린마음이 반응하게 하는것들. 목련을 보니 목련꽃 모빌, 소나무를 보니 소나무그림이 천정에 있고 껌들이 바닥에서 끈적끈적하게 섞이면서 소나무랑 합체되는 프린트의 텐트, 그리운 음식의 모빌, 먹어야할 음식과 상반되는 프린트가 된 식기, 메인디쉬엔 디저트가 그려져있고, 홍찻잔안엔 베이컨같은걸 그리고 싶지만 그러면 차가 맛없어질것같고, 홍차와 섞이면 맛있을것같은거, 쨈같은게 반정도 채워져있고, 샐러드볼엔 잣이 쌓여있다던지, 잣은 재미없나? 음 파먹은 수박같은거? 아침부터 daydreaming...


pooroni @ 06/04/12 04:15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1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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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아 날씨 너무 좋아요~ 저 막 처X니 가 뭘까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 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되게 궁금해요 ㅎㅎ), 음 음식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가? 저두 오늘 오렌지가 먹구싶어서 오렌지 많이 사왔어요, 봄이 되면 막 가벼운 야채, 과일같은게 계속 먹구싶어요. 요즘엔 파인애플두 되게 싸더라구요, 어렸을땐 비싼 과일이었는데 ^^ 과일나라에 살고싶어요!
pooroniԲ 06/04/13 01:08 ۼ.

전..지금 이순간...오X기 3분카레(매운맛)이 먹고 싶은걸요.!!
아..배고파..살찌려는건지...ㅠ_ㅠ(하긴..전 살좀 쩌야해서;; 오히려 잘된일..)
카레...카레...카레..(나가기 귀찮음..)-_ -a
알ㅤㅎㅛㅇԲ 06/04/13 22:33 ۼ.

아핫 저 오늘 삼분카레 먹었는데 ㅎㅎㅎㅎ 며칠전에 카레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카레였답니다~ 전 너무 맛있게먹었어요 ^^ 알다리님은 결국 카레를 드셨을지??
pooroniԲ 06/04/14 02:07 ۼ.

오- 이거 뭔가 식욕을 자극하는 글인것 같아요ㅎㅎ
음... 전 뭔가 반들반들하고 고소한게 먹고 싶어져요 ^^
arubeԲ 06/04/14 05:28 ۼ.

반들반들하고 고소한것 발견해서 드셨길 ^^
pooroniԲ 06/04/15 20:45 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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