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041906



아침 일찍부터 나왔지만 휴강이 되어서 오랫만에 카페에 앉아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고 끄적거리기도 했다. 아침은 모두들 전투태세를 갖춘 참 정신없을 시간이다. 회사 다닐때는 아침에 출근하면 점심시간이 되길 손꼽아 기다렸던 생각을 하면 아침에 부리는 여유는 사치스럽다. 창밖에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을 천천히 쳐다보니 마주지나가는 지하철을 볼때처럼 내가 바삐 이동하는지 상대방이 바삐 걸어가는건지 잠시 헷갈리기도 한다.쌀쌀한 아침에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랑 스콘을 먹으니 기분은 참 좋았다. 아침에 카페에 온 적은 처음인듯, 갓 만들어 김이 보슬보슬 올라오는 따뜻한 빵을 처음 먹어본것 같다.

학교에 오니 논문발표가 며칠 남지 않아 선배들이 참 초췌해 보인다. 지난주에 세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선배는 의자에서 일어서면 이상한게 보여서 운전하기가 두렵다고 한다.

추석 휴가후 다들 처음 출근해서 오늘은 그냥 청소만 했다. 센터가 말끔해지니 기분은 좋다. 센터 이사오면서 내 컴퓨터도 반짝반짝 새 DELL로 바뀌어서 안이나 밖이나 컴퓨터가 너무나 깨끗하다. 폰트가 없는듯 해서 폰트만 다시 깔아줬는데 너무 많다보니 A 로 시작하는것도 다 못깔아버렸다.

집에 오는 길, 강남역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계단 양 벽에 새로 Nike 광고를 부착하고 있었다. 각각 다른 이미지인 광고 패널 옆에는 그 광고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턴이 패널 밖으로 연결되는 인쇄된 투명 스티커를 패널들 주위에 붙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글로 설명을 하려니 참 어렵네. 사진 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카메라 안가지고 나온게 애석했다. 작년에 지하철역에서 본 홀로그램같은 재질의 아이포드 광고나 이런 나이키 광고처럼 재질이나 프레임을 벗어나는 광고들은 참신함이 감성에 와닿는다.하지만 참신함이란건 한달도 안가서 지난것, 진부한것으로 변해버린다. 서체도 그런것이라서 유행을 타서 어떤 특정한 시대나 객체와 연관되어 연상되기 시작하면 참 진부해 보인다고 한다. Michael Beirut는 딸이 권한 책을 읽으려다 고유한 스타일 때문에 자기가 너무나 혐오하는 ITC Garamond 체의 텍스트를 보고는 짜증이 나서 책을 덮어버렸다면서 설명할수 없는 자신의 취향을 고집한다. 아...도대체 취향은 뭐고 스타일은 뭐란 말이냐.

지지난주 강연에서 미콘 반 가스텔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예지자 세 명이 범죄현장을 본 것을 경찰들이 보고 편집하는 비주얼을 어떻게 풀 것인지를 의뢰해서 연구하던 미콘이 범죄학에 대해 읽어보니, 범죄현장 목격자들은 같은 장면을 보아도 똑같은것을 본 사람은 항상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그러면서 같은 현장이라도 여러 다른 뷰포인트가 생겨 프로젝션을 특수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콜라지하며 읽어내는 형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범죄목격자가 아닌 우리도 항상 같은 장소에서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각각 보는것이 다 다른것이다. 관점도, 흥미도, 상황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매체로라도 내가 나만의 관점을 피력할수 있는것도, 남의 관점을 나만의 관점으로 필터링해 감상하는것도 모두 참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 관점의 차이때문에 디자인이란게 참 재미있어야 하는데 과정에서의 여러사람들의 관점의 차이때문에 디자인이란게 재미없는 프로세스가 되기도 한다.


pooroni @ 04/10/04 19:54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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