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20237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을 할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의식적으로 행동하면 재미있다. 세수의 절차를 5단계로 만들어서 아 주 천천히 거품을 내고 3가지의 다른 비누를 쓰고 뭔가 바르고 15분 기다리는등 복잡하게 만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압으로 손위에 머물다 사라지는 큰 물방울, 비누방울과 반사도가 다르다,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문지를때 8개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검은 실루엣의 모양같은게 머릿속에 그려지고 감각이 열리고 의식하지 못했던게 보이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사람은 공간과 공간사이를 이동하고 머물면서 산다. 어떤 공간은 너무나 익숙하고 어떤 공간은 낯설다. 나의방, 일하는곳, 우리집 화장실같은 곳은 너무 익숙한 공간이다. 익숙한 공간일수록 의식되고 생각되지 않는다. 낯선 공간을 대면할수록 긴장감이 생기면서 주의를 의식하고 살피고 인지한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다가 내가 이 화장실에 대해 뭘 알지, 뭘 느끼지, 아무것도... 라고 새삼 감각하게 되면서 내 방 바로 옆의 화장실은 여행지처럼 낯설어 공간에서 상황으로 전환된다.

오늘은 집에 오며 오랫만에 대부분 자지않고 책을 보며 왔다. 맘에 드는 책을 볼때 좋은것은 책에 여러가지 계기들이 모여있어서이다. 책에 몰입이 될때 일어나는 바람직한 현상은 책이 매개가 되서 옛 기억, 잊었던 생각, 느낌, 희미하고 구체화되지 못했던 나에게서 파생된 단편적인 어떤 것들을 붙잡아주고 모아준다. 책과 나 그리고 붕붕 떠다니는 생각과 기억들 사이에서 직조기가 생겨난다. 몰입의 깊을수록 짜임도 탄탄해지고 넓어져서 여러가지를 생각해낸 나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미래의 나, 다른 곳의 나, 다른 사람의 나, 내가 아닌 것으로 팽팽한 풍선처럼 부푸는 느낌이 참 좋다. 그리보면 세수하는 것과 책을 읽는것은 비슷한 경험이다. 무엇을 하던지 몰입하고 예민해지는 상태가 필요하다.책이 일방적인 송신자 위주라지만 소화하기 느리고 길고 깊어 책은 TV이후 매체들과 다르다. 느린 흐름이라 기억과 잃어버린 생각들과 자아와 대화를 할수있어 다방향적이 된다. 같은 시각물이라도 디자인은 보통 일상에서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것들이고 미술품은 바라보고 생각해야하는 호흡이 훨씬 길다. 가끔씩 속도를 줄여주려면 의식적으로 늦추거나 느린것들과 함께하거나. 어쨋든 너무 나만, 내 주위만, 현재상황에만 머물지 않도록 항상 의식적으로 신경써주길 까먹지 않기. 오랫만에 책을 읽다보니 일기도 책처럼 써진다...

집에 오니 동생이 크리스피크림을 사왔다. 이젠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게 없다. 도넛과 함께 먹으려고 홍차를 타면서 크리스피 크림이나 립톤의 노란색이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관리가 어떤식으로 되야하는건지 갑자기 감이 왔다. 홍차에 도넛을 찍어먹으니까 차에 잔기름이 뜨면서 물에 도넛 냄새가 베었다. 내일 아침엔 도넛 먹고 나가야지. 24일날도 학교에 나가야될지도 모르겠다. 안좋다. 하지만 오늘은 이번학기의 과제를 다 끝냈다 야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 새로운명함이 또 나왔다. 아이고 갑자기 세가지 명함이 생겼다. 처음엔 신났는데 줄곳이 너무 없다. 그래도 좋아서 우리는 랩실에 있는 네명끼리 서로 명함을 주거니받거니 했다... 선생님이 결국 필요없었던 한글로고타입 따놓으라하시고 열시 넘어 오시긴 했지만 맛있는 초코렛 주셨다. 코스트코에서 100개들이 1만1천원이라 한다. 그 중 한개를 먹었으니 110원어치를 먹었다. 코코가 많이 들어가고 꼭 수제초콜렛같은 모양이라서 맛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초콜렛을 담은 단지의 투박하고 단아한 모양이 담기는 음식물을 맛있어보이게 하는것같다.


pooroni @ 04/12/22 03:42 | Permalink | →note - daily | Trackbacks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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