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10032
되게 오랫만에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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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발인을 하고 오늘 벌써 금요일이 지났다.
슬프고 힘든 한주였다.
동생은 화요일에 출국하게 되어서 겨우 출국날 할머니께 인사를 드렸고
가장 자주보고 가까웠던 친구도 곧 한국을 떠나게 되어
여러모로 여러 작별을 하고 많은 것을 정리해야하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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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랑 이야기하지 않고 같은 방에 있지 않아도, 할머니의 코고는 소리가 밤에 들려오면 안심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보진 못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소리를 내서 이야기하고 듣고, 만질수 있고 냄새를 감지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볼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위안이 되는 것인줄 이번주 전에 실감하지 못했고, 새로운 물리적인 상황은 그렇게 쉽게 덤덤하게 익숙해질수 있는것이 아니라는걸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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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쓰기 메뉴에는 트랙백 체크 항목이 있다.
오랫만에 보니 정말 익숙하면서 낯선 용어다.
익숙한 무언가는 가시적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구름과 하늘의 경계처럼 흐릿해지며 유효하지 않아지는 시점이 언젠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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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고 위로해줘서 고마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어샌드위치를 시켜주었다. 오늘은 날씨가 덥고 습했고 연어는 약간 비리고 양파는 조금 매웠다. 내가 울기도 하고 친구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샌드위치를 앞에 두고 이번주는 밥맛이 없어서 한입 먹고 싸와서 가방에서 내 방에서 연어냄새가 난다. 밥대신 커피를 많이 마셔서 속이 쓰리다. 다음달엔 너가 여기 없을꺼라 나는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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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내내 너무나 화창했는데 새벽이 되니 빗소리가 들린다. 원래 비를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밤은 빗소리 좋다. 요즘 매미소리가 엄청 크다. 매미들은 껍질을 벗고 탈피하고 하늘에서 수분은 구름으로 뭉치고 기체가 되었다 고체가 되었다 액체가 되었다 변하면서 땅 위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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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라는건 과정주의적이며 드로잉이랑 비슷하다.
장례식장에선 할머니의 일기 이야기가 나왔다. 할머니는 항상 일기를 쓰셨다.
외사촌은 돌아가신 아버지 일기장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